하심 타치 전 코소보 대통령, 세르비아인·집시 등 살해 혐의에 “나는 무죄”
코소보해방군 이끌어
독립 후 초대 총리 올라
지지자들 “그는 피해자”
잔혹한 ‘인종 청소’가 벌어졌던 1998~1999년 코소보전쟁 당시 세르비아군에 맞서 게릴라 부대인 코소보해방군(KLA)을 이끌었던 하심 타치 전 코소보 대통령(54·사진)에 대한 전범 재판이 3일(현지시간) 시작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코소보특별재판소에서 열린 재판 대상자는 살인과 학대, 고문 등 10개 혐의로 기소된 타치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3명이다. 이들은 1998~1999년 신유고연방의 자치주였던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분리·독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KLA를 이끌며 살인과 고문, 납치 등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코소보전쟁은 1989년 유고연방 해체 과정에서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자치권을 박탈하자 1998년 3월 분리주의 반군이 세르비아 경찰을 공격하며 시작됐다. 세르비아군의 ‘인종 청소’로 주민의 90%인 알바니아계가 주로 희생됐다. 격분한 알바니아계의 KLA 대거 참여로 확전된 내전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무력 개입으로 1999년 끝났다. 코소보는 2008년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이날 검사 측은 피고인들이 반대 세력과 세르비아인, 집시 등 소수 민족을 열악한 시설에 구금했고, 그중 102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년간 수감 끝에 법정에 선 타치 전 대통령은 “나는 전혀 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 선언 후 초대 총리에 올랐고, 2016년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러나 그가 세르비아인, 세르비아와 내통한 코소보 주민을 겨냥해 조직적인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2010년 유럽평의회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코소보는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압박으로 2015년 KLA 지도자들의 전범 조사를 위한 특별재판소를 설치했으며, 타치 전 대통령은 2020년 11월 기소되자 사임했다.
코소보 수도 프리슈티나에서는 이날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명이 집결했다. 헤이그 법정 앞에서도 지지자 수백여명이 몰려 들어 “피해자와 범죄자를 동일시하지 말라”며 시위를 벌였다. AP통신 등은 많은 코소보인들이 이번 재판을 독립 투쟁의 역사를 폄훼하고 다시 쓰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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