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미군이 추가 사용할 기지 4곳 공개
‘중국 견제’ 의도로 풀이
필리핀 정부가 미군이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군사기지 4곳을 3일 공개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이날 루손섬 최북단 카가얀주에 있는 카밀로 오아시스 해군기지, 랄로 국제공항, 북부 이사벨라주의 멜초 델라 크루즈 육군기지, 그리고 팔라완섬 서부에 위치한 발라바크섬이 미군이 추가로 확보한 군사기지라고 밝혔다. 이날 추가된 군사기지는 지난 2월 필리핀과 미국이 맺은 ‘강화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른 것이다. 앞서 미국은 2014년 인도주의 목적이나 해상안보를 위해 미군 항공기와 군함을 필리핀 내 기지 5곳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EDCA를 체결했는데, 이번에 이용 가능한 군 기지의 숫자를 더 늘렸다.
새로 추가된 군 기지의 배치를 보면 미국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본격 견제하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다. 카가얀주는 대만에서 400㎞밖에 떨어지지 않아, 유사시 대만에 신속하게 미군을 파견할 수 있다. 또 팔라완은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에 인접해 있다.
칼리토 갈베즈 주니어 필리핀 국방장관은 “(남중국해는) 3조달러(약 4000조원) 이상의 무역 규모를 가진 교역로다. 이를 확보해야 하는 책임이 막중하다”고 밝혔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이번에 발표한 4곳의 추가 군사기지가 “미국과 적절한 상호이익이 되며, 비상사태 시 인도주의 및 구호 활동으로서의 발판 역할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필리핀 정부 발표 직후 낸 성명에서 “미군과 필리핀군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양한 공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더 원활히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기존 EDCA로 확보된 5곳에 이미 할당한 8200만달러(약 1076억원)에 더해 인프라 개발 투자금을 추가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성명에서 필리핀과 미국의 안보 협력이 “필리핀을 지정학적 분쟁으로 끌어들이고 결국 경제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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