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맞으며 콧바람…얼마 만인가
이른 개화 탓에 절정은 지나
비 예보에 마지막 꽃길 탐방
산책로 메운 상춘객·직장인
지는 꽃 가는 봄 아쉬움 달래
“주말에 일하는 직종이라 시간이 안 나서 오늘 나왔어요. 좋네요.”
봄기운을 담은 바람이 불자 아빠 박상준씨(36) 팔에 안긴 아기 머리 위로 벚꽃잎이 앉았다. 유모차를 밀던 엄마 이소현씨(36)는 아이를 바라보며 “오늘이 첫돌”이라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꽃비에 아이는 방긋 웃었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4일 오전 11시쯤 영등포구 국회 뒤편 벚꽃길에서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축제가 중단된 지 4년 만이다. 축제는 오는 9일까지다.
이날 벚꽃길엔 나무에 달린 만큼 많은 꽃잎이 바닥에 깔렸다. 이상기후로 기온이 예년보다 빨리 오른 탓에 축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꽃이 먼저 만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 벚꽃이 지난해보다 열흘 빠른 지난달 25일 첫 꽃망울을 피웠다. 1922년 첫 관측을 시작한 이래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활짝 핀 벚꽃을 기대하고 온 일부 시민들은 고개를 내민 푸른 이파리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축제를 찾은 장모씨(69)는 “예전 이맘때 한강변을 걸으면 벚꽃이 가득했었다”면서 “아내와 산책을 나왔는데 꽃잎이 많이 떨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옆을 걷던 다른 시민도 “지난 주말에 올 걸 생각을 잘못했다”며 나무를 올려봤다.
벚꽃길은 사실상 올해 마지막 벚꽃을 보러 온 상춘객들로 붐볐다. 알록달록한 점퍼와 모자를 걸친 김성아씨(53)는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해 친구들과 나왔다”고 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김씨 같은 관광객 외에도 직장인들이 산책로를 가득 메웠다.
구청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압사·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자원봉사자들과 구청 직원을 배치했다. 구청은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자 주말에 관광객이 몰릴 것을 예상해 지난달 31일부터 질서 유지 인원을 두고 현장 인파를 관리해왔다. 축제 시작인 이날 구청이 질서 유지에 투입한 인원은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총 600명이다. 경찰도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관 57명과 기동대 1개 제대를 현장에 배치했다.
박씨 부부는 “사람이 많이 몰릴까 걱정했었는데 잘 관리가 되는 것 같다”면서 “주말에 다녀온 지인들도 안전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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