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배후’ 특정…과거에 피해자와 코인 투자로 얽혀

이유진·강은 기자 2023. 4. 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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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40대 유모씨 부부 지목
금품 거래 확인…계좌 분석
주범 아내 근무한 병원 압색
마취 주사기와 연관성 조사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4일 주범 이모씨의 아내가 근무하는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했다. 또 범행을 모의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추가 입건된 20대 남성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해 마취제 처방 내역 등을 확보했다. 해당 성형외과는 주범 이씨 아내가 근무하는 곳으로, 이씨는 지난달 30일 이 성형외과가 입주한 건물 인근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에서 마취제 성분이 검출된 것을 확인하고, 마취제 취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을 모의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추가 입건된 20대 남성 A씨의 구속영장을 전날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월 황모씨로부터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피해자 B씨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혐의(강도예비)를 받는다. A씨는 납치·살해를 실행한 황씨, 연모씨와 함께 B씨를 미행·감시하며 범행 시기를 엿보다가 지난달 중순 손을 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 일당은 B씨가 수십억원 상당의 코인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나, B씨의 코인지갑에는 당일 기준 700만원 수준의 ‘퓨리에버’ 코인만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를 직접 납치한 황씨는 경찰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듣고 “허무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범 이씨의 ‘윗선’으로 40대 유모씨 부부를 특정해 수사 중이다. 유씨 부부와 이씨, 피해자 B씨는 가상자산(암호화폐) ‘퓨리에버’ 코인으로 복잡하게 얽힌 관계다. 과거 해당 코인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이씨와 B씨는 이들 부부가 시세를 조종해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고 의심했다. 이에 이씨와 B씨는 다른 투자자 16명과 함께 2021년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유씨 아내를 찾아가 약 1억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갈취했다.

이씨는 이 사건으로 공동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당시 퓨리에버 코인의 홍보를 담당했던 B씨는 불송치됐다.

이씨와 B씨의 관계는 이씨가 금전을 요구하면서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B씨는 퓨리에버 투자로 7700만원을 잃은 이씨에게 현금 200만원과 일자리 등을 제공했으나 금전 요구가 계속되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씨는 B씨와 소송을 벌이고 있던 유씨 부부에게 유리한 사실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사망 석 달 전까지도 주변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이씨에게 4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과 납치·살해 범행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유씨 부부를 출국금지한 경찰은 이들의 계좌거래 내역, B씨의 가상통화 거래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이유진·강은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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