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둔화됐지만…유가마저도 다시 ‘복병’
1년 새 공공요금 28%·채소값 13% 상승…물가 불확실성 높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0.6%포인트 떨어지며 1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큰 폭 내린 영향이 컸다. 그러나 기름값을 제외한 다른 물가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산유국들의 ‘깜짝’ 감산으로 향후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전월(4.8%)에 비해 0.6%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10개월 만에 4%대로 진입한 이후 두 달 연속 4%대에 머물렀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국내에서 소비되는 석유류 가격이 큰 폭 하락한 것이 물가 둔화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3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2% 하락했는데 2020년 11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년 3월에 14.8% 큰 폭 오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류 가격을 제외하면 물가 전반적인 상방압력은 여전히 높았다. 3월 소비자물가에 대한 석유류 가격의 기여도는 -0.76%포인트로 집계됐다. 기름값이 내리지 않았으면 물가 상승률은 5%에 육박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석유류처럼 일시적 충격이나 계절 요인에 따라 가격 등락이 커지는 품목을 빼고 집계하는 근원물가지수는 모두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계청은 근원물가지수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를 각각 집계한다. 이 중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의 상승률은 3월 기준 4.8%로 집계되며 오히려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앞지른 것은 202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품목 성질별로 나눠보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지난해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28.4% 큰 폭 올랐다. 외식(7.4%) 등이 포함된 개인서비스 가격도 1년 새 5.8% 올랐다. 가공식품(9.1%)과 수산물(7.3%)의 증가율도 두드러졌다.
특히 작황에 따라 가격이 크게 뛰는 농산물 등은 향후 물가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3월 채소류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3.8% 올랐다. 통계청은 기상 상황이 나빴던 데다 시설 채소의 경우 난방비 등 생산 원가가 오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기름값 역시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 어렵다. 전날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가 대규모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시기와 겹쳐 석유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김보경 심의관은 “감산을 해 국제 유가가 오르게 되면 순차적으로 국내 유가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향후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점차 낮아지겠지만 둔화 속도가 소비자물가보다 더딜 것”이라며 “향후 물가 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준·이윤주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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