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원내대표, ‘수도권 친윤’ 대 ‘TK 친윤’
김학용·윤재옥 ‘2파전’ 확정
김 “승부처 바람몰이 선봉”
윤 “검증된 협상력과 경험”
내년 총선 이끌 적임자 주장
7일 의원총회 열어 선출
앞으로 1년 동안 국민의힘 원내 전략을 이끌 원내대표 선거가 1961년생 동갑내기인 김학용(4선·경기 안성시)·윤재옥(3선·대구 달서구을) 의원 간 2파전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두 후보 모두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되는 터라 ‘수도권 대 대구·경북(TK)’이라는 지역 외에는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둘은 거대 야당을 상대로 협상과 투쟁을 성공적으로 병행해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김·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5일 후보 등록을 받고 7일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김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지낸 경험을 내세우며 “검증된 협상 능력을 토대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입법과 현재 계류 중인 220건의 국정과제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당대표가 과거 정책위의장일 때 정책위 수석부의장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고 당내 19명에 불과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임을 강조하며 “영남권 당대표와 수도권 원내 사령탑이라는 환상의 조합으로,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바람몰이의 선봉이 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와 함께 당 3역으로 꼽히는 대표(울산 남구을)·정책위의장(박대출·경남 진주시갑)이 모두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그는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제주 4·3사건 폄하 등 극우 발언에 대해 “당으로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2030·중도층 지지 확장을 통한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윤 의원은 과거 원내수석부대표로서 김성태 원내대표를 뒷받침해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냈고,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맡아 윤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다고 강조했다. 협상 경험과 선거 경험을 두루 갖춘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윤 의원은 “대화하고 협상하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싸워야 할 때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원내대표는 바로 저”라며 “115석으로 (더불어민주당) 169석을 뛰어넘는 협상의 전략과 지혜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수도권 원내대표가 수도권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지역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전면에 나와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할 어려운 시기”라며 김 의원의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반박했다. 윤 의원이 당선되면 ‘지도부 내 TK 홀대론’이 불식될 수 있다.
두 사람은 전국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아니고 같은 친윤계여서 겉보기에는 대중의 관심과 경쟁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3·8 전당대회 국면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개별 의원들과 접촉하는 등 물밑에서는 치열한 선거전을 벌여왔다.
당내에선 김 의원이 다소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의원들의 비밀 투표로 이뤄지는 원내대표 선거 성격상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더 많다. 지난해 9월 원내대표 선출 당시에도 ‘추대론’까지 나올 정도로 주호영 원내대표(61표)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개표 결과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용호 의원(42표·무효 3표)이 크게 선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당대표 선거 때 윤심 논란을 겪은) 대통령실이나 친윤계가 이번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막판 ‘윤심(윤 대통령 의중)’ 개입으로 판세가 출렁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정대연·이두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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