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전국서 ‘활활’…축구장 4,400개 불탔다
[앵커]
오늘(4일) 하루 무사히 보내셨습니까?
사흘 째 맹렬한 산불의 기세가 이어지면서 오늘 순천까지 대형 재난을 의미하는 '산불 3단계'가 됐습니다.
이렇게 동시에 다섯 곳에서 큰 규모로 산불이 번지는 건 1986년 산불 통계를 낸 뒤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행히 전국에 비가 시작되면서 일단 지금 이 시각 전국의 산불은 모두 꺼졌습니다.
오늘 9시 뉴스는 지난 사흘 동안 봄 산불이 얼마나 왜 이렇게 번졌는지 또, 불길이 덮친 지역 주민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하나하나 짚어봅니다.
먼저 김진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충남 홍성 산불이 난 지 1시간쯤 뒤 KBS에 제보된 영상입니다.
지난 사흘 산불의 시작이었습니다.
시골 마을 전체가 연기로 뒤덮이더니.
["(타고 내려오는 거 봐라.) 어머 어머, 너무 심한데…."]
불길은 금세 주택까지 위협했습니다.
단 두 시간 만에 영향 면적 100헥타르가 넘는 대형산불로 커졌고, 진화 인력이 대거 투입되기 시작하던 그때, 인근 금산, 당진에서도 산불이 시작됐습니다.
30여 분 간격으로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하루 새 34건이 났습니다.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 거동이 어려운 요양시설 어르신들의 대피는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사흘간 대피한 주민만 천 4백 명입니다.
낮과 밤을 오가며 사흘을 태운 산불, 며칠 밤을 새우며 사투를 벌인 대원들을 가장 괴롭힌 건 다름 아닌 바람이었습니다.
초속 10미터 넘는 강풍은 불기둥을 만들었고, 산에서 산으로 불을 옮겼습니다.
[김신태/충남 산림자원연구소 산불전문예방진화대 : "좌측에 끄고 오면 (불이) 살아나고, 물을 갖다 엄청 많이 쏴도 바람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거의 동시에 대형산불로 바뀐 5곳의 산불은 곳곳에서 숲도 삶의 터전도 불태웠습니다.
[산불 피해 주민 : "나는 저기로 도망가려고 했더니 또 저쪽으로 (불이) 붙어서 타잖아요."]
산불에 투입된 헬기만 313대, 진화인력도 2만 8,501명이나 투입됐지만, 동시다발로 난 산불에 곳곳에서 진화자원 부족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이석우/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보전연구부장 : "한곳에서 나면 한곳에 투입해서 진화할 수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다 분산배치를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진화효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죠."]
53시간 동안 전국에서 난 산불은 53건, 축구장 4,400개 면적의 숲을 태우고 식목일을 하루 앞두고서야 화세는 꺾였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김진호 기자 (h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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