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told] 토트넘 ‘윈 나우’ 불가능한 클럽…현지팬들이 ‘포체티노’ 부르짖은 이유
[포포투=김희준]
토트넘은 지난 몇 시즌간 ‘윈 나우(Win Now)’를 목표로 해왔다. 그러나 토트넘은 지금 우승할 수 있는 팀이 아닌 ‘리빌딩’이 시급한 구단이다.
토트넘 훗스퍼는 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2-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에서 에버턴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반드시 이겼어야 할 경기였다. 이 경기 전 맨유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패하며 토트넘과 승점차를 벌리지 못한 상태였다. 토트넘이 만약 승리했다면 두 경기를 더 치렀긴 해도 맨유와의 격차를 벌리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좋은 찬스였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경질에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토트넘은 후반 13분 압둘라예 두쿠레가 퇴장당한 데다 후반 23분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나가며 승리에 한층 가까워으나, 후반 45분 마이클 킨에게 중거리 원더골을 실점하며 무승부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토트넘은 콘테 감독의 심복과도 같던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사실상 남은 일정을 ‘콘테 축구’로 소화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토트넘은 ‘윈 나우’를 추구해왔다. 2019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고 ‘우승 청부사’ 조세 무리뉴 감독을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토트넘의 황금기를 만든 포체티노 감독의 유산으로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의중이 진하게 담겨있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무리뉴 감독은 첫 트로피를 들어올린 포르투 이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치며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여기에는 리그컵 결승을 앞두고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토트넘 수뇌부의 성급한 결정도 한몫했다.
이후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거친 뒤 토트넘은 콘테 감독을 선임했다. 역시나 우승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를 통해 트로피를 얻고자 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였다. 콘테 감독은 우승컵 하나 없는 것도 모자라 팀에 분열만 일으킨 채 토트넘을 떠났다.
지난 에버턴전 토트넘 팬들은 무승부가 가까워지자 포체티노 감독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팬들도 부지불식간에 알고 있을 것이다. 토트넘에 지금 필요한 사령탑은 당장 우승컵을 안겨줄 감독이 아닌 팀을 정상화시켜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끔 만들어줄 감독이다.
토트넘은 차근차근 ‘리빌딩’을 해야 한다. 토트넘의 에이스는 여전히 케인과 손흥민인데, 둘 다 30세 혹은 30줄을 바라보는 나이로 언제까지 이 둘을 믿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수비진의 상태도 심각한데, 크리스티안 로메로 정도를 제외하면 토트넘에서 밥값을 하는 센터백과 윙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선수단을 개편해야 한다. 지금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아스널이 좋은 예시다. 구단 수뇌부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필드 위에 구현할 줄 알았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세 시즌 간선수진에 변화를 주며 팀 체질을 개선했다. 그 결과는 맨체스터 시티에 8점 앞선 1등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리버풀은 성공 사례와 실패 교본을 모두 가진 클럽이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2015-16시즌 도중 팀에 부임해 자신의 전술적 색채를 입히며 차근차근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2018-19시즌 UCL 우승, 2019-20시즌 30년 만의 리그 우승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허덕이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에도 리그컵과 FA컵을 따내며 순항했지만 중원 리빌딩에 소홀했고, 그 결과가 이번 시즌 팀의 전체적인 과부하로 인한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리빌딩이 시작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좋은 교보재다.
토트넘도 마찬가지였다. 2018-19시즌 UCL 준우승이라는 결과로 수뇌부는 ‘윈 나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빌딩’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났었다. 델레 알리의 부진, 주전 수비진의 노쇠화, 리그에서의 꾸준한 경기력 하락 등 전조증상은 충분했다.
그러나 구단 수뇌부는 지금 우승하기를 원했다. ‘우승 청부사’로 이름났지만 오랫동안 팀에 머무른 적이 없는 무리뉴 감독과 콘테 감독을 선임했다. 그 결과는 토트넘의 여전한 무관, 그리고 두 감독의 커리어에 남은 오점뿐이다.
토트넘은 다시 리빌딩을 시작해야 한다. 토트넘 현지 팬들이 포체티노 감독의 이름을 부르짖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멀리 봐야 한다. 토트넘은 결코 지금 우승할 수 없는 팀이다. 토트넘은 ‘비전을 가진 감독’과 함께 ‘착실한 리빌딩’을 통해 탄탄하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해야 한다.
김희준 기자 juny66@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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