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개혁의 딸’서 ‘강성 팬덤’ 오명까지…개딸이 말하는 ‘개딸’

탁지영·신주영 기자 2023. 4. 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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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 문자폭탄, 트럭 시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적극 지지자인 ‘개딸’에 따라붙는 단어다. 개딸은 지난해 3·9 대선 즈음 정치권에 호명됐다. 국민의힘의 2030 남성 구애에 맞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집한 2030 여성들이 스스로 ‘개혁의 딸’, 개딸이라 칭했다.

대선 1년여가 흐른 지금, 개딸은 ‘강성 팬덤’을 상징하는 말로 퇴색됐다. 대선에서 이 대표를 찍었던 2030 여성 지지자들은 개딸이 ‘멸칭’이 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2030 여성 민주당 지지자 4명을 대면 및 전화로 인터뷰했다. 개딸이라 밝힌 지지자는 모든 폭력 행위들을 뒤집어썼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온건 성향의 지지자는 이 대표가 단호하게 팬덤 정치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개딸은 폭력적이지 않아”

최모씨(28)는 스스로 개딸이라 여긴다. 지난달 6일부터 틈만 나면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특검·50억 클럽 특검 요구’ 농성장을 찾을 정도로 적극 지지자이다. 서울 중구에서 직장을 다니지만 퇴근 후 농성장에 와 오후 10~11시까지 농성장 당번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주말에도 들른다. 농성장을 찾을 때마다 의원들에게 줄 꽃다발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수국 ‘진심’, 델피니움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프리지아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등 꽃말을 고심해 고른다. 민주당 당원 청원 시스템에 ‘동의하기’도 자주 누른다.

‘억울’과 ‘실망’ 갈라진 개딸…“극렬 행동 소수, 폭력 안 돼”

2030 여성 민주당 지지자들이 말하는 ‘개딸’과 팬덤 정치

‘온갖 폭력 누명’ 토로한 개딸
팬덤 악마화 반대·소통 주장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022년 5월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씨는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이 끝난 직후 당원으로 가입했다. 이재명 당시 후보가 대선에서 지자 “한이 맺혔다”고 했다. 이후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때리기를 보고 있으니 “더 화가 나 더 지켜주려고 하게 됐다”고 했다.

최씨는 개딸이 강성 팬덤으로 악마화된 데 대해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개딸의 정신을 “포지티브”(긍정적)로 정의했다. 언론에 묘사된 대로 ‘수박’ 의원들에게 마냥 문자폭탄을 보내는 세력이 아니라 포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검찰 정상화(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개정 국면) 때와 원내대표 선거 당시 ‘민주당은 할 수 있다’면서 의원들한테 긍정적인 문자를 보냈다”며 “검찰 정상화 법안(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통과되고 나서 ‘의원님들 수고했다’고 개딸들이 십시일반 돈 모아서 감사패 169개 만들고 편지도 써서 돌렸다”고 했다. 최씨는 쌍특검 촉구 농성장에서 만난 비이재명계 김종민·박광온 의원에게도 꽃다발을 줬다. “개딸들은 김 의원이나 박 의원한테도 꽃을 줄 정도로 사람들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 같이 가려 해요.”

최씨는 ‘개딸이 더 이상 2030 여성 지지자가 아니다’라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강성 지지자를 개딸로 싸잡아 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딸이 먼저 생겼고 개혁과제에 대해 목소리 내고 집회에 참석하니까 양아들, 개삼촌, 개이모, 개할머니, 개할아버지가 생겼다”며 “그 사람들은 (스스로) 개이모, 개삼촌이라고 하는데 언론에서 싸잡아 묶어서 개딸이라고 한다. 그분들도 싫어한다”고 했다.

최씨는 의원들이 현장에서 마주치는 이 대표 지지자의 연령대만 보고 개딸도 같은 그룹일 것이라고 단정한다고 비판했다. 개딸 중에는 회사원·학생이 많아 이 대표 검찰 출석 등 지지자들이 출몰하는 주요 현장에는 참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는 “의원들은 (현장에서) 나이 많은 어르신만 보고 ‘이재명 지지자는 다 이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지지자는 온라인에 더 많다”고 했다.

최근 비명계 좌표찍기로 논란이 된 수박 깨기 행사나 트럭 시위도 개딸이 주도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개딸들도 수박 깨기에 반대해 거기 안 갔어요. 오히려 지금은 그런 거 하지 말자고 해요. 트럭 시위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시)에서 나온 건데, 개딸들은 디시에서 활동하지 않아요. 이런 게 저희에게 씌워지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당내에선 계파와 무관하게 개딸들의 맹목적 지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긴다. 강성 팬덤으로 중도층이 떠나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씨는 “저희한테 중도층이 떠나간다고 책임을 돌리는 건 당원들을 열받게 한다”며 “개딸들은 이제 의원들에게 문자도 안 하려 하고, 트럭 시위도 안 하려 한다. 오히려 중도층을 떠나가게 하는 건 의원들이 언론에 대고 이야기하는 말들”이라고 반박했다.

최씨는 “팬덤을 너무 억누르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의원들과 소통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이야기를 한번도 듣지 않았으면서 우릴 왜 판단하나”라며 “농성장에 가서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오해한 사람도 있구나’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개딸 단어가 갈등 유발’ 지적
‘팬덤엔 긍정적’ 중도 입장도

■ “개딸 단어 오염돼”

이 대표를 지지하지만 열성 지지자는 아닌 곽모씨(31)와 김모씨(30)는 개딸을 대하는 온도가 최씨와는 사뭇 다르다. 두 사람 모두 개딸이라는 단어가 오염됐다고 보고 새로운 표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산에 사는 곽씨는 이 대표 네이버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가입자이지만 이 대표 팬은 아니라고 했다. 성남시장 시절 추진력을 보고 대선 때 이 대표를 찍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이 대표가 장점인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경기 과천에 사는 김씨는 2019년 민주당 당원이 됐다. 대선 때 이 대표를 찍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공유조차 해본 적 없다.

김씨는 적극 지지층의 행동이 일견 이해는 되지만 개딸이라는 단어가 사회갈등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치에 관심 없거나 아무 생각이 없던 사람들은 (수박 깨기나 트럭 시위 등) 극단적인 행동을 보고 등을 돌릴 수 있다”며 “아직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개딸 때문에 민주당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지고 있다면 빠르게 이 단어를 버려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곽씨도 개딸 대신 ‘2030 여성 지지자’라는 객관적 사실만 담긴 명칭으로 바꾸는 게 낫다고 봤다. 민주당 지지자라면 너도나도 개딸이라 칭하면서 단어 자체가 당초 쓰임과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곽씨는 좌표찍기를 일삼는 일부 강성 지지층에 대해 “이 대표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행동의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개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분들이 언론 등 외부에서 개딸이라는 집단을 (부정적으로) 일반화하도록 하는 데 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도 팬덤 자체는 긍정적으로 봤다. 곽씨는 “정치인은 팬덤을 가지고 지지를 얻어서 자신이 내고자 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인데, 팬덤이 있다는 게 공격당할 거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팬덤 정치를 네거티브하게 생각하는 건 언론에서 팬덤 정치를 이용하고 소비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잘못된 행동 엄벌” 비판 측선
이재명 대표 향해 ‘거부’ 촉구

■ “이재명, 개딸 호칭 거부해야”

대선 때 입당한 김모씨(35)는 트위터 등 SNS에서 이 대표와 개딸들 사이 ‘티키타카’를 보고 비판적 지지자로 돌아섰다. 그는 “개딸들한테 ‘우쭈쭈’ 받는 것에 심취해 있는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자택 주소가 이 대표 지지자에 의해 노출됐을 때 이 대표가 바로 제재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게 결정적이었다.

김씨는 개딸뿐 아니라 수박, 낙지(이낙연 전 대표를 비하하는 단어) 등 지지자들이 만들어낸 단어가 민주당과 일반 대중을 괴리시킨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재명 지지자’ ‘민주당 지지자’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런 명칭을 굳이 붙여야 할까”라며 “이 대표가 개딸이라는 말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성 지지층의 폭력 행위에 대해선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당은 당원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당원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강력하게 엄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오히려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렬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다수일 거라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저 같은 당원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탁지영·신주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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