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는 컬트 집단” “박해받는 트럼프 도와야”…긴장 감도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 5일 형사법정 첫 출석
찬반 세력·취재진 뒤섞여 혼란
3일 오후 3시50분쯤(현지시간)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재판에 회부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도착을 앞두고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주변은 온통 긴장감과 혼란, 흥분으로 휩싸여 있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트럼프타워에서 한 블록 떨어진 55스트리트 지점부터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지나가려는 시민들에게 아이디 제시를 요구했다. 평소에는 명품 매장들이 모여 있는 쇼핑가이자 뉴욕의 명소 센트럴파크로 향하는 길목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곳이다.
5번 애비뉴를 마주보고 한편에는 ‘2024년 대통령 트럼프’ ‘트럼프가 이겼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든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반대편에는 취재구역이 마련돼 있었다. 경찰에 기자증을 보여주고 5번가 장로교회 앞 취재구역 안으로 들어가니 미국 주요 언론들과 외신, 개인 미디어까지 열띤 취재 경쟁을 하고 있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진행될 기소인부절차에 앞서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전용기를 타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4시15분쯤 자택이 있는 트럼프타워에 도착한 그는 손을 흔들고 56스트리트에 있는 측면 출입구를 통해 들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 환영 집회를 열고 있던 수십명의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택 안으로 들어가자 뿔뿔이 흩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쓰고 있던 디온 체니는 “뉴욕은 트럼프의 도시”라며 “그가 이곳에 올 때마다 성조기를 내걸고 기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미국에서는 마치 제3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도 “트럼프가 재판받을 일은 없을 것이고, 검찰이 절차를 지연시키는 사이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도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아니다. 오히려 지지율은 10~15% 올라갈 것이다. 트럼프는 마케팅의 귀재이고 나쁜 상황을 얼마든지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CNN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조롱하는 배지가 달린 재킷을 걸친 에드워드 영은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을 때 우리의 뒷배가 돼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기소한 브래그 지검장 옹호 ‘그는 영웅’ 팻말도
이어 “이제 트럼프가 어려움에 처해 있고 박해를 받고 있으므로 우리가 힘이 돼줄 때”라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떠들썩한 찬반 집회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하는 시민들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트럼프를 구금하라’ ‘트럼프와 폭스는 거짓말을 하고 미국의 민주주의는 죽어간다’는 글자가 적힌 푯말을 양손에 든 레이를 향해 트럼프 지지자인 청년은 “트럼프가 민주주의다. 집에 가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레이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극단성이 우려돼 나왔다. 그들은 트럼프가 하는 모든 말을 신봉하는 일종의 컬트 집단”이라며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으므로 수십년간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노년 여성은 ‘브래그(지검장)는 영웅이다’라고 적은 골판지를 높이 들어올리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뉴욕시 맨해튼 지방검사장이 왜 영웅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글자 그대로가 말해주지 않는가”라고 대답한 뒤 걸어내려갔다.
뉴욕|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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