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초학력 조례안 '위법' 논란 이어져…어떤 문제있나?

금창호 기자 2023. 4. 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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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회가 기초학력 진단평가 성적을 외부에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제정했는데요. 


과도한 서열화 우려에 위법성 논란까지 나오면서 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했지만, 갈등은 가열되는 모양샙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서울 기초학력 조례안

3월 10일, 서울시의회 통과


지역·학교별 '성적 공개'

공개 학교에는 '포상'


서울교육청 '재의' 신청

"법 위반 소지"


국민의힘 의석 2/3 차지

다시 통과 가능성 커


학교 서열화·사교육 조장

교육계 우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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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조례안과 관련한 쟁점과 문제점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서울 금나래초등학교의 문태주 선생님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서울특별시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대한 조례안' 결국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 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데 목적이 있는데요.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재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문태주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 / 서울 금나래초 교사 

네, 저희가 재의를 요구한 가장 중요한 까닭은 이 조례가 진단 검사를 핑계로 학기 초부터 일제고사 시험을 부추기고 불필요한 학력 경쟁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현아 앵커 

일단 서울교육청은 시의회에 재의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지금 의회 구조상 이 조례안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문태주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 / 서울 금나래초 교사 

조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성적 공개입니다. 


학교별로 공개하고 공개한 학교에게 상을 주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모든 학교가 성적 공개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습니다. 


벌써부터 진단평가 대비반, 문제집 등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부작용은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일수록 학기 초부터 사지선다, 오지선다형 시험에 '난 공부 못하는 아이야'라고 자신을 낙인 찍고 스스로 학습을 포기하는 무기력감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험이 아니라 한 달 정도 관찰 후 더욱 정밀한 진단이 필요할 전문적인 진단을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또 조례 안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도 주장을 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에서입니까?


문태주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 / 서울 금나래초 교사 

먼저 기초학력 보장은 이미 법으로 정해진 기초학력보장법과 시행령에 의한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조례에 위임해야 할 사항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례 제정 범위에 속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조례에서는 가장 문제가 되는 성적 공개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조례에 기초가 되는 기초학력보장법에는 진단 검사 결과에 대한 공개 내용 자체가 없습니다.


게다가 교육기관 정보 공개에 대한 특례법이 있는데요. 


5조 2항에는 학교의 학년, 교과별 학습 상황에 관한 것도 개별 학교의 명칭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지역 교육청 단위로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따라서 학교별로 진단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고 되어 있는 이 조례 7조와 상충이 됩니다. 


그래서 조례 7조 2항, 4항은 학교 운영위원회와 시의회 결과를 보고하는 의무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례 의무 조항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상위법에 위임이 돼 있어야 하는데 기초학력보장법이나 교육기관 정보공개법 어디에도 이 의무를 위임하지 않아서 이도 위법합니다. 


좀 쉽게 말씀드리자면 교육감에게 의무를 부과하려면 법률에서 위임을 해야 되는데 조례만으로는 그런 의무 조항을 둘 수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하지만 이 안을 발의한 시의회 의원들은 부작용 우려를 일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근거로 든 것이 이게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다 공개하는 것도 아닌데 서열화 우려가 있겠느냐는 거죠. 


어떻게 보십니까?


문태주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 / 서울 금나래초 교사 

저는 이게 눈 가리고 아웅하기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이 조례는 기초학력보장법과 같은 법 동법 시행령을 거의 따르고 있습니다. 


달라진 건 성적 공개와 그에 따른 포상만 새로 들어간 겁니다. 


그런데 굳이 왜 이 조항만 추가했을까요?


성적 공개로 무엇이 달라지기를 바랐을까 되묻고 싶습니다.


시험 성적 학교별로 비교해서 부끄럽지 않으려면 학교장이 알아서 시험 공부 열심히 시켜라 이 뜻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학교는 지원이 필요한 아이를 많이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기초학력 부진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 또 편법이 난무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연구목적용이었던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해서 벌어진 온갖 진풍경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학교 간 서열화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정확히 학교별 서열화를 겨냥한 조례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지금 어떤 학생들의 기초학력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니까요. 


제대로 지원을 하려면 적어도 이 학생들의 수준을 알아야 되지 않겠느냐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문태주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 / 서울 금나래초 교사 

제대로 된 진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정밀한 진단은 근데 많은 비용이 듭니다. 


조례로 진짜 정확한 진단을 지원하기 원하면 여기에 더 신경을 써서 조례를 만들었어야 합니다. 


성적을 공개하는 게 아니고 말이죠.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을 하면 학생들의 실력을 더 정밀하게 진단을 할 수 있을까요?


문태주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 / 서울 금나래초 교사 

기초학력이 낮은 아이들은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단순히 노력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문제가 안 되지만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아이의 경우라면 우울감 등의 정서적 문제를 포함해서 발달의 문제, 지적 어려움을 갖는 아이 등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고 한 아이만 하더라도 그에 대해선 수십만 원의 비용, 이후 상담 치료에 드는 비용은 그 이상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에 따른 지원도 필요합니다.


사실 사설병원에서 알아봤는데 정밀 검사의 경우는 30만 원대에서 50만 원까지도 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서현아 앵커 

점수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어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라는 지적이셨습니다. 


그렇다면 기초학력 회복을 위해서 교육당국이 정말로 해야 할 지원이 뭐라고 보십니까?


문태주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대표 / 서울 금나래초 교사 

학습이 느린 학습자, 가정 환경이나 정서적인 어려움 때문에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매우 담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합니다. 


학급당 학생 수를 파격적으로 낮추고 초등 저학년의 기초학력을 전담하는 교사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또한 OECD와 유네스코는 최근 교육개혁 방안을 발표했는데 미래 교육이 핵심적으로 키워야 할 기초학력은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협력해서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이에 필요한 수리력과 문해력은 문제집 풀이 공부로는 불가능합니다. 


끝으로 3년 간 코로나19로 아이들은 친구들과 잘 사귀는 능력, 소통하는 기초 능력이 많이 부족해진 상태입니다. 


이 점을 채우는 노력도 교육당국과 시의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학생들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정말 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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