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마지막, 함께일 수 있게…호스피스 병동 찾아 헤매는 말기암 환자 가족들
가족을 만나고 싶지만 코로나19로 면회조차 할 수 없는 말기암 환자들이 있습니다. 오늘(4일) 밀착카메라는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병동을 찾아 헤매는 말기암 환자 가족들을 따라가 봤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벚꽃이 피는 봄, 딸은 아빠와 약속했습니다.
[말기암 환자 가족 : 아빠가 여행 프로그램을 좋아하니까 여행을 가야지 하고 표를 뽑아놓고.]
하지만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빠는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코로나로 면회조차 안 됐습니다.
[말기암 환자 가족 : 복막에 다 전이가 됐다고 하시는 거예요. 남은 여생이 길진 않을 것 같다고.]
의료진은 몇 차례 수술과 항암치료를 한 뒤, 딸에게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권유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암 환자들이 한달간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말기암 환자 가족 : 호스피스 간다는 자체가 아빠한테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런데 거기 가면 가족 면회가 된다고.]
딸은 호스피스 병동 40여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 : 병원에서 호스피스 권유받으신 건가요? 격리병동은 따로 없어서.]
취재진도 수도권 대학병원 네 곳을 돌아봤지만 호스피스 병동에 자리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특히 균에 감염된 암환자는 전염성 때문에 입원 대기조차 어려웠습니다.
[호스피스 병동 : VRE균 보유자는 1인실 격리를 해야 해서. 호스피스 병동 입실이 불가능하세요.]
[호스피스 병동 : 다른 병원을 알아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2년 전 췌장암 말기로 형을 잃은 동생도 당시 호스피스 병동을 찾아헤맸습니다.
[말기암 환자 가족 : 병원 목록도 없고 연락처도 없고. 환자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다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습니다.
[말기암 환자 가족 : 119에 전화도 하고. 아무 곳도 없었어요. 진짜 어렵게 창고로 쓰는 방을 비워서…]
전국 호스피스 병동은 100여곳쯤 되지만 대기자로 꽉 차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인실에서 가족 없이 생을 끝낸 환자도 많습니다.
서울 모 대학병원은 암 병동에 호스피스 병실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세상을 떠난 암 환자는 110명, 곁엔 가족이 있었습니다.
[유신혜/교수 (서울대병원) : 지금 의식이 없더라도 아무 얘기를 들으실 수 없는 게 아니고.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하고 이런 마음 표현을 하실 수 있도록 알려드려요.]
딸은 오늘도 호스피스 병동을 찾고 있습니다.
[말기암 환자 가족 : 아빠가 내 삶에 있어서 안 해준 게 없는데 그런 말을 할 기회가 없는 게 너무 속상한 것 같아요.]
사랑한다. 고맙다. 삶의 이유였던 가족에게 짧은 인사말도 건네지 못한 사람들.
마지막을 함께 할 작은 병실을 얻는 일조차 이들에겐 기적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적을 만드는 건 오롯이 가족의 몫이었습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대현 / 영상그래픽 : 장희정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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