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라가 지옥으로 가고 있다"...법정 출석 앞둔 선동에 뉴욕 초긴장
트럼프 동선 언론 생중계... 미 사회 '들썩'
변호인 "법정 출석해 '무죄' 답변만 할 것"
'기밀 유출' 수사도 진전... 사법방해 흔적
3일 오후 4시 15분쯤(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트럼프타워' 앞.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상징인 빨간색 넥타이를 맨 채 모습을 드러냈다. 4일 맨해튼법원에서 기소 인부 절차를 밟기 위해 하루 먼저 뉴욕에 입성한 것이다.
트럼프타워 맞은편 인도는 몇 시간 전부터 모여든 지지자들과 반대자, 취재진, 행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체포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도 곳곳에서 펄럭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두어 차례 손을 흔든 뒤, 트럼프타워 옆문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곳에서 두문불출하며 첫 심리에 대비했다.
관심 즐긴 트럼프… 뉴욕은 긴장 최고조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이날 미국 사회는 들썩였다. 낮 12시 15분쯤 플로리다주(州) 웨스트팜비치의 마러라고 자택을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4시간 후쯤 트럼프타워에 도착하기까지, 현지 언론들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그의 동선을 생중계했다.
평소와 같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선동도 계속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출발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마녀사냥, 한때 위대했던 우리나라가 지옥으로 가고 있다"고 썼다. 지지 세력도 화답했다. 이날 오전부터 웨스트팜비치에는 성조기를 든 지지자 100여 명이 운집했고, 그가 탑승한 차량 행렬이 지나갈 땐 환호와 경적으로 응원했다. WP는 "언론의 관심을 즐기듯 떠들썩한 서커스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전했다.
뉴욕시는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초유의 '1·6 사태'의 재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뉴욕은 우리의 집이지, 당신들의 잘못된 분노를 위한 놀이터가 아니다"라며 "당신이 여기 있는 동안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경고했다. 뉴욕경찰(NYPD)도 비밀경호국,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실 등과 함께 만반의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미 악시오스는 "경찰 3만6,000명이 맨해튼법원 청사 주변에 투입돼 몇 블록에 걸쳐 인간 장벽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SNS를 통해 과격 메시지가 전파되는지 정보 수집에도 나섰다. 로버트 시카 전 비밀경호국 뉴욕 현장사무소 국장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최대 우려는 당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급진주의자의 극단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무죄 주장' 트럼프, 변호인 추가 영입
4일 오후 2시 15분 기소 절차 개시를 알리는 첫 심리에 대해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정치적 전략을 탐색하는 1차 시험대"라고 전망했다. 그의 변호인인 조 태커피나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인부 절차에서 '무죄' 답변을 제외하곤 아무 말도 안 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어 "범죄가 없으니 사실상 '사건'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정치가 사법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를 통해 검찰을 무기화하는 위험한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치열한 법정 공방을 감안한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방검사 출신 토드 블란치 변호사를 추가 선임하며 '방패'를 강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트럼프는 법정 다툼에서 담당 판·검사에 대한 '공격'과 주요 변곡점마다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 소송을 늦추는 '지연' 전략을 구사했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문건 유출' 수사도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뉴스 진행자 브렛 베이어는 이날 자신의 SNS에 "복수의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7일 워싱턴 대배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잭 스미스 특별검사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방해' 흔적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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