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부 시세…비중 낮아” 다수
합헌 측 ‘부동산원 동향’ 근거
“과잉금지원칙 위배 아냐” 판단
반대의견 낸 문형배 재판관
KB 시세로 “서울 평균 15억”
재판관들 서로 다른 통계 적용
“측정 방식 차이…판단 갈려”
헌법재판소는 지난 2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문재인 정부의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재판관 의견이 5 대 4일 정도로 팽팽했다.
그런데 쟁점 중 하나인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담대 규제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는지’를 놓고 재판관들은 서로 다른 기준을 인용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조사를 인용해 “전국 아파트 중 15억원 초과의 ‘초고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문형배 재판관은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시세를 인용해 “15억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적 시세에 불과하다”고 봤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2019년 12월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 금지는 당시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하던 일부 강남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조치로 판단했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당시 전국 아파트 평균 가격은 3억5178만원,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8억2722만원이었다.
반면 문 재판관은 초고가 아파트 기준을 ‘시세 15억원’으로 정할 경우,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고 봤다. 그 근거는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였다. 그는 “KB국민은행 제공 시세에 따르면 2021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639만원이며, 최근에 분양된 30평형 이상의 한강 이북 11개구 아파트 시세도 대부분 15억원 이상으로 보도됐다”면서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더 이상 ‘초고가 아파트’가 아닌 평균적 시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4일 “각 재판관들이 KB부동산 통계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보다 더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해 서로 다른 자료를 인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더 적절한 근거에 따라 인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부동산원과 KB 시세는 측정 방식이 다르다. KB 시세는 공인중개사들이 해당 단지의 대표 평형 전체의 호가 및 실거래가 이력을 입력한 뒤, 이를 칼리 방식으로 지수화한다. 은행권 대출 심사에 주로 활용되지만, 중개사들이 입력하는 가격 정보 기반이라 하락 변동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집주인들이 상승기엔 호가를 빨리 올려도, 하락기에는 천천히 내리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통계는 전문조사원이 표본 주택의 ‘거래 가능 가격’을 입력한 뒤, 이를 제본스 방식으로 지수화한다. 표본 단지의 실거래가를 우선으로 하되, 거래가 없으면 인근 단지 호가·실거래가를 참고한다. 부동산 정책 수립의 참고 자료로 쓰이는 만큼 ‘실거래가 뻥튀기’를 걸러내고 거래량이 적은 주택까지 포함한 추세적 가격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조사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부동산원 통계는 KB 시세보다 평균 가격이 낮게 나온다”며 “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한 재판관들은 15억원 이하 주택을 일부라고 봤지만, KB 시세를 인용한 재판관들은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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