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세계화]① 영국에서 ‘4·3 트라우마 연구’…‘정명’ 위한 연구 모임도
[KBS 제주] [앵커]
7시뉴스제주는 제주4·3 75주년을 맞아 해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4·3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영국에서 제주 4·3의 트라우마를 연구하면서 재영한인박사연구자협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청년 연구자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영국 현지 연결로 소개해드린 적 있는데요.
최근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김지민 박사를 신익환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박사님 안녕하세요.
2년 전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때는 영국에 계셨기 때문에 화상을 통해서 대담을 진행했었는데, 올해는 직접 뵙게 됐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한데요?
[답변]
제가 2년 전에 대담을 나누고 저희가 세미나를 영국에서 열었던 걸 마지막으로 저는 좀 더 집중적으로 논문을 집필하는 시기에 돌입했었고요.
코로나19 기간이기는 했지만 덕분에 큰 탈 없이 잘 끝내고 돌아온 참입니다.
[기자]
제주를 방문한 특별한 이유는?
[답변]
제가 3월 1일에 학위를 받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제주 4·3 트라우마 연구로 학위를 받은 만큼, 올해는 반드시 제주에 와서 추념식에도 참가를 하고 영령들과 유족분들께 꼭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이번에 방문을 하게 됐습니다.
[기자]
4·3 트라우마 ‘회복 탄력성’이란?
[답변]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저는 심층 인터뷰 50분 정도를 했었고, 어르신들께서 어떤 제주 4·3과 관련된 경험들을 하셨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가치관의 변화는 혹시 있으셨는지, 또는 주변 환경은 어떻게 변화를 했는지, 또 그것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같은 것에 변화는 있으셨는지 이런 것들을 탐구를 할 수 있었는데요.
그런 정보들을 수합해서 트라우마 생존자들의 회복탄력성, 즉 회복 과정에 대한 매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타이완 2·28 사건 등 해외에서도 국가폭력에 의한 사례들이 많은 거로 알고 있어요.
제주 4·3 사건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의 특징이 있을까요?
[답변]
제주 4·3의 경우는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도 늦었을 뿐만 아니라, 저희가 정의하는 4·3 기간인 7년 7개월이 지난 그 이후에도 사실 생존자들과 4·3 유족들에게는 그렇게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고, 오히려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이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 이런 것을 대외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였고, 그래서 적절한 그런 회복을 위한 지원이나 이런 것도 불가능했고, 사실 트라우마라는 심리적인 외상, 마음의 상태에 대해서 개념화가 된 것도 최근입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느렸기 때문에 더욱 조치가 늦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
우리나라에서 연구하는 것도 어려운데 먼 땅 해외에서 연구를 하다 보면 어려움이 더 많을 것 같거든요.
[답변]
아무래도 해외에서 또 영어로, 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이런 연구를 하려다보니 사실상 물리적인 거리도 굉장히 길죠.
그래서 자료에 대한 접근이라든지 또는 제주 4·3을 잘 모르는 미래의 제 논문의 독자들이나 가까이는 지도 교수님이나 학계 동료들이나 그런 분들한테 이걸 처음부터 세세히 설명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정명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사실 아직 제주 4·3이 정명이 된 것이 아닌데, 그건 영문으로도 마찬가지니까.
이것이 왜 아직까지 정명이 되지 않았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고, 또 어떠한 영문 단어로 설명할 건지 이런 부분을 저와 지도 교수님이 항상 많은 고민을 했었고, 그게 논문을 쓰는데 힘든 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박사님께서 논문을 작성하실 때 4·3 사건에 대해서 어떤 용어를 선택하셨을까요?
[답변]
논문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이 논문을 통해서 내가 연구를 해가면서 나름대로의 정명을 한 번 찾아가 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래서 제주 4·3 그 이후에 어떤 단어를 붙이지 않고 제주 4·3이라는 한글 발음 그대로 영문 표기를 했었습니다.
[기자]
‘4·3 정명’ 연구, 계획은?
[답변]
소통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는데요.
작년 여름쯤 4·3 국제 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발족하면서 저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제주 4·3을 생각하는 모임-유럽'을 저도 만들게 되었는데요.
그 이후로 제가 논문을 열심히 쓰느라 아직 활동은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해외의 그런 다양한 어떤 명명을 어떻게 하는지 왜 그런 명명을 하게 되었는지, 당신의 생각은 어떻기에 그런 명명을 하는지를 수집하고, 우리가 그래서 영문으로는 어떻게 4·3에 대해서 정명을 할 수 있을지 이런 부분들을 연구하는 그런 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4·3을 생각하는 모임-유럽'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동을 해 나가실 계획이신지?
[답변]
정명 사례를 수집하는 TF팀을 만들까 합니다.
그래서 좀 더 연구와 그런 사례 수집을 많이 하게 되면, 우리가 정명을 하는데 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더 근거 있는 정명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일단 TF팀을 만드는 것이 저의 첫 활동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자]
'4·3을 생각하는 모임-유럽', 잘 구성이 돼서 4·3 세계화가 빨리 좀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신익환 기자 (si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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