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불 경계령 속 골프 치고 술자리 찾은 도지사들
여당 소속 도지사들이 산불이 난 와중에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강원 홍천에서 산불이 나 헬기 4대와 대원 117명이 잔화 작업을 벌이는 사이 골프연습장을 찾아 30분간 골프를 쳤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그 전날 오후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산불이 다음날 오전에야 진화됐음에도, 화재 당일 밤 술자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이 골프 치고 술자리에 참석한 시간, 소방관들은 산불에 맞서 사력을 다하고 주민들은 산불 피해가 닥칠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산불 진화를 진두지휘해야 할 도지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개탄스럽다.
두 사람의 대응은 더 기가 차다. 김진태 지사의 골프 논란이 커지자, 강원도청은 “김 지사가 1시간짜리 연가를 내고 조퇴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지사가 연가 낸 날은 골프 친 지난달 31일이 아닌 3일로 드러났고, 김 지사는 뒤늦게 사과했다. 두 손으로 빌어도 부족할 판에 거짓말까지 하다니 국민을 우습게 아는 행태다. 김영환 지사의 적반하장식 대응은 더 어이없다. 김 지사의 술자리 참석이 쟁점이 되자, 충북도청은 “김 지사가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산불이 타고 있는데 도정 책임자가 술자리에 간 것 자체가 안이하다. 김 지사는 3일 기자들에게 “지사가 가면 진화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산불 현장에 가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산불 진화에 방해가 돼서 도 상황실도 아닌 술자리에 갔다는 건가. 뻔뻔하고 몰염치한 궤변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두 도지사에 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집권당 소속인 만큼 엄중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래야 나사 풀리듯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 세우고 성난 민심의 분노에도 최소한의 답이 될 수 있다. 김진태·김영환 지사도 정식으로 국민과 도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물쩍 넘기려 할수록 민심은 더 악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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