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S의 경고’, 건전재정 핑계로 복지 축소 안 된다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의 기습 감산 결정으로 한국 경제에 악재가 추가됐다. OPEC플러스 회원국들이 원유를 다음달부터 하루 약 116만배럴 감산키로 하면서 국제유가시장에서 지난달 20일 배럴당 64달러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3일 8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하반기에 조금 나아질 걸 기대해온 한국 경제는 거꾸로 유가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무역수지 악화와 싸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25억4000만달러에 달해 이미 지난해 연간 적자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 경제의 최대 버팀목인 수출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반도체 경기 악화로 참담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유가 기습 인상이 이뤄진 것이어서 충격이 작지 않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본격화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가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감 대신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2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재정관리수지가 전년보다 26조원 늘어난 11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49.6%로 1년 전보다 2.7%포인트 높아졌다. 올 들어 재정 사정은 더 나빠져 2월까지 세수가 1년 전 동기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경기 악화가 세수 감소의 주원인이지만 부동산·법인세 감세 영향도 올 들어 본격화할 것이다.
재정여건이 녹록지 않자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때 사회보장급여와 국가보조금사업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이고 현금성 복지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지출을 줄였다가 경기를 아예 꺼뜨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복지 지출의 전반적 축소 기조가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키울 우려도 크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감세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모두 힘겨워하는 상황이라면 재정 역할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감세정책을 철회해 세수기반을 보완하면 필요한 시기에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지탱하는 정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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