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격 낮아’ 김재원, 결국 “공개활동 중단”… 마지막엔 ‘언론 탓’

2023. 4. 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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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4일 ‘공개활동 중단’ 밝히며 ‘언론 탓’ 취지 해명
김기현 대표 “김재원, 자숙 의미로 한달 공개활동 안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연일 구설에 올랐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결국 ‘공개활동 1달 중단’이라는 근신 처분을 당 지도부로부터 받았다. 김 최고위원은 공개활동 중단 소식을 알리면서도 자신의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발언의 이유로 특정 언론사의 기사를 공유했다. 본인 발언의 정당성이 있다는 취지의 해명성 사과로 받아들여진다.

김 최고위원은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다시 논란이 빚어지므로 더 이상 이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 공개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썼다. 김 최고위원의 ‘공개활동’에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참석 및 언론 출연 등이 포함된다. 김 최고위원의 ‘공개활동 중단’ 선언에 대해 김기현 대표측은 별도 언론 메시지를 통해 “김 최고위원은 당에 자숙하는 의미로 4월 한 달 동안 최고위 참석 및 모든 언론 출연을 중단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측은 또 “김재원 최고위원이 국경일과 기념일의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을 지적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다”며 “오직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이상 허용될 수 없다. 저는 당 대표로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하여는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기념식) 정도 참석하는데,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 주장하면서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해대는 자세는 맞지 않다. 과거에도 4.3 기념일에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무조건 참석했던 것이 아닌데, 이번에 (대통령이 불참해) 4.3 유족을 폄훼한 것처럼 야당에서 일제히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에게 ‘한달 근신’ 처분이 내려진 발언 역시 이 부분이다.

전후 사정 맥락을 종합하면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에게 직접 ‘근신’을 요청했고, 이를 김 최고위원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최고위원이 자신의 SNS에 공개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뒤이어 구체적인 ‘공개활동 중단’의 의미를 김 대표측이 언론에 밝힌 셈이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궐석인 상황에서 사실상 김 대표가 김 최고위원에게 ‘징계성 조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김 최고위원이 공개활동 중단을 하면서도 본인 발언의 문제에 대해 ‘언론을 인용한 것’이라고 굳이 부연 설명을 덧붙인 점이다. 김 최고위원은 조선일보 기사 일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오늘 아침 KBS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아래 조선일보의 기사를 참고하게 되었다”며 “국무총리실 사무관으로 재직했던 저의 경험으로 국경일과 경축일, 기념일의 차이를 설명하기 좋은 자료라고 생각해서 조선일보 기사의 아래 부분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기사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보면 한국에서 가장 격(格)이 높은 ‘경사로운 날’은 3·1절,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등 이른바 ‘5대 국경일’이다. 3·1절이나 광복절에는 통상 대통령이 참석하지만, 같은 국경일이라도 제헌절·개천절 등은 국무총리가 대통령 경축사를 대독할 때가 많다. ‘4·3희생자 추념일’은 이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에 해당한다. 대통령 참석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고 쓰여져 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의 ‘언론 보도’ 인용 해명은 당장 ‘서해수호의 날’은 국경일이어서 대통령이 참석했느냐는 비판에 반박 당한다. 실제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4일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윤 대통령이 참석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그러면 서해수호의 날은 국경일이었나”라고 반박했다.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을 향해 “실언한 지 며칠 지났다고 또 방송에 나와 떠들게 하고 있나”라며 “김 최고위원의 언론·방송 출연을 정지시켜야 한다. 그것도 안 하면 당 지도부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이 연일 ‘구설’에 휘말리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적 국민 마음에서 벗어나 내년 총선 필패의 길로 달려가는 이유가 뭐냐”며 “한 두번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러냐. 여당의 최고위원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다. 김웅 의원도 “추모에도 격이 있냐. 그럼 프로야구 시구행사는 격이 높아서 가신 것이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실 거냐”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과 관련된 구설수는 전당대회가 끝난 후 한달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연일 쏟아졌다.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달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만나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표를 얻으려면 조상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 등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5·18 헌법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실상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는데 이를 여당 수석최고위원이 대선 공약을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후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에는 미국을 방문해 재미 보수단체 북미주자유수호연합 주최로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구설에 오를 때마다 사과했고, 결국 “4·3 기념일은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발언으로 한달 근신에 처해지게 됐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김기현 대표가) 김 최고위원에게 엄중 경고 등 조치를 했어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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