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칠장 김규수, “통영 옻칠 이어지도록”
[KBS 창원] [앵커]
천년에도 변함없는 전통 천연 도료 옻칠은 화학 도료에 비할 수 없는 깊이와 광택을 자랑하는데요.
통영 옻칠의 맥을 잇는 칠장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옻칠과 함께한 세월이 한눈에 보이는 오래된 공방.
통영 나전칠기 명성 이면엔 옻칠을 전담하는 장인이 있었습니다.
[김규수/칠장 : "옻칠이 천연으로 색이 너무 좋아요. 옻칠 색깔 이건 아주 세밀하게 나오고. 옻칠 색깔의 묘미에 반한 거죠."]
모든 재료에 스며들어 묵을수록 빛나는 옻칠이 좋아 장인은 칠장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한집 건너 한집이 공방이던 시절, 김규수 씨는 조부의 공방에서 칠 기술을 배웠습니다.
[김규수/칠장 : "이쪽 뒤가 우리 할아버지 작업장이고 앞에는 공장이고 가게고. 칠하는 사람 따로 있고 나전 하는 사람 따로 있고 그 위에 자개선생, 나전 선생이 다 따로 있어서 그런 식으로 배웠죠. 지금은 통영에 거의 칠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칠부에서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옻칠을 전파했는데요.
장인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통영에 남은 칠장은 몇 안 됩니다.
[김규수/칠장 : "계속 한번 갈고 나면 이 위에 또 칠을 해야 되고 또 갈고 나면 또 칠을 해야 되고 이렇죠."]
최소 12번 이상 반복해야 할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
7, 8월 옻나무에서 채취한 생칠은 나무의 색을 살리는 최고의 재료입니다.
[김규수/칠장 : "이건 두 번 해놓은 거거든 이건. 이건 한번 한 것 위에 한 번 더 하는 거고. 생 옻칠을 해놓으면 나무가 딱 물고 굉장히 단단해요."]
건조가 잘 못 되면 닦아내고 다시 칠해야 할 만큼 건조 과정도 중요한데요.
말리고 칠하기를 반복한 끝에 수작업으로 광을 내고 나면 전통방식대로 찹쌀가루로 은은한 광택을 살립니다.
[김규수/칠장 : "전분 가루를 가지고 싹 닦아버리면 보세요. 색깔이 완전히 안 틀립니까. 옛날 사람 말로 파리가 앉아도 낙상할 정도로 반짝입니다."]
시간과 수고를 감수하며 1년 넘게 공들인 문갑은 느티나무 결도 아름답지만 방습, 방충의 최고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김규수/칠장 : "나무 수명이 옻칠을 하면 천년이라고 해서 옛날 사람들 보면 관에 사용을 했다고 하거든요. 지금 파도 관은 살아있다고 하거든요."]
생활용품도 옻칠로 기능과 멋을 더했습니다.
나무 스탠드에 오광대를 담아 옻 도료로 채색하고, 전통 옻칠기법으로 그릇도 만들었습니다.
두부와 옻칠을 삼베에 싸서 두드리는 방법으로 다양한 칠을 입힌 뒤 갈아내면 오묘한 색과 문양이 나옵니다.
지난 45년 동안 옻칠에 쏟은 칠장의 손길이 빼곡한데요.
스무 번 넘는 생칠로 나무의 무늬를 살린 소반, 주칠로 완성한 나전 소반으로 전통과 현대를 만나게 했습니다.
[김규수/칠장 : "(옻칠만) 한 달 보름, 45일 정도. 자개를 붙이려면 또 그 정도 걸려야 되고..."]
은행나무에 옻칠과 나전으로 옛 찬합을 재현하고 가죽나무로 만든 차 보관함은 열다섯 번의 칠로 깊이를 더했습니다.
찻잔, 밥그릇, 수저엔 더 많은 이들에게 옻칠의 이로움을 알리고 싶은 칠장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김규수/칠장 : "살균이 다 되기 때문에 물에 씻어도 되고 씻고 나서 행주로 닦으면 되고. 아주 편리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칠장의 바람은 언제까지나 통영 옻칠이 이어지는 것.
그래서 무료강습을 자청했습니다.
[김규수/칠장 : "전수를 한 사람이라도 시켜서 통영의 나전칠기를 알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제자들도 많이 가르치고 하니까 제가 몸이 살아있는 그때까지는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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