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감산→유가 상승…그런데 인플레는 더 빨리 하락?[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4. 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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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원유 시추시설 /AP=뉴시스

사우디 아라비아 등 OPEC+(확대 석유수출국기구) 소속 주요 산유국들이 오는 5월부터 원유를 감산하기로 한데 대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더 빨리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라크, 오만,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알제리 등은 오는 5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11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오는 6월 말에 종료하려던 하루 5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에 이은 추가 조치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OPEC+의 최대 감산 규모다. 지난해 10월 감산 결정에도 유가가 최근까지 하락세를 계속하자 추가 감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일 원유 선물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6.3% 오른 80.42달러로 마감했다.

영국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6.3% 오른 84.9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일부 전략가들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어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올리거나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 한 이번 원유 감산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감산 조치가 발표된 후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의 연말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5달러로 5달러 상향 조정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원유시장 리서치 담당 부사장인 조르지 레온은 이번 감산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추가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온은 "이러한 자발적 감산으로 인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유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금리 인상에 대한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입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한 듯 오는 5월에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지난 3월31일 48.4%에서 3일 밤 58.3%로 올렸다.

콜리어스 증권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마크 그랜트는 마켓워치에 보낸 이메일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유가 상승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조금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확실하게 말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현재 유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12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 WTI 선물가격은 약 19% 낮은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유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의 침체를 가속화해 오히려 더 빨리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 충격이 지난달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몰락에 따른 신용 경색의 파장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IBC 캐피탈마켓의 외환 전략 글로벌 팀장인 비판 라이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감산이 "수요 파괴를 통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앱투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주식 애널리스트인 조셉 시코라도 마켓워치와 전화 인터뷰에서 "연준은 수요를 낮추려고 노력해 왔는데 이번 감산 결정은 여러모로 핵심적인 수준에서 인플레이션과 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가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휘발유와 다른 필수품에 돈을 더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량적으로 사도 되고 안 사도 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줄이게 된다. 이는 서비스 수요를 낮춰 노동력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원유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이 일시적으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올라갈 수 있지만 오히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경제 성장세가 크게 위축되는 고통의 과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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