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배후 의혹…‘납치·살해’ 최종 지시 누가했나

이혜영 기자 2023. 4. 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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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용의자들 진술…코인 얽힌 또 다른 부부도 수사선상
이씨 “범행 지시한 적 없다” 강력 부인 속 배후 규명 난항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3명이 4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얽힌 실타래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구속된 용의자들이 '최종 결정자'를 놓고 서로 다른 진술을 내놓는 가운데 피해자와 가상화폐 투자를 매개로 연결된 또 다른 부부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추가 연루자와 범행을 사주한 배후를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망한 피해자 A(48)씨와 공범들과 연결고리가 있는 핵심 피의자 이아무개(35·구속)씨는 현재까지 일관된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A씨와 P코인 투자를 매개로 연결된 점과 8000만원 상당의 투자 손실을 본 것은 맞지만 범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와 달리 A씨 납치·살해를 직접 실행한 황아무개(36·구속)씨와 연아무개(30·구속)씨는 체포 직후부터 "돈 때문에 범행했다"는 진술을 내놨다. 황씨는 친구인 이씨로부터 범행을 제안받았고, 황씨는 다시 연씨에게 '빚 3600만원을 갚아주겠다'며 가담을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황씨는 이씨로부터 범행 준비 명목으로 700만원을 건넨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돈을 노렸다'는 황씨와 연씨는 A씨를 납치한 후 A씨 휴대전화로 가상화폐 탈취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들은 암매장 장소인 대전 대청댐으로 이동하던 중 이씨를 만나 휴대전화를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와 연씨는 범행 대상자 지목부터 진행 과정 전반을 이씨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지만, 이씨는 다른 용의자들의 '모함'이라는 입장이다. 

피해자 몸에서 마취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 이씨의 부인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서울의 한 성형외과 간호사로 근무하는 이씨 부인 B씨가 범행에 쓰인 주사기와 약물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씨가 체포 당시 B씨가 일하는 병원 옆 건물 옥상에서 체포된 경위, B씨의 범행 연루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B씨가 일하는 병원을 압수수색 한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주사기와 마취제 성분 액체가 해당 병원과 연관성이 있는 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용의자 3인 중 이아무개(35)씨가 4월3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P코인 투자·형사사건 얽힌 부부도 수사선상

경찰은 이번 사건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P코인과 얽혀 있는 40대 황아무개씨와 유아무개씨 부부도 출국금지 조치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황씨는 이씨 및 피해자와 공갈 사건으로 얽혀 있다. 2021년 초 P코인이 폭락하자 이씨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또 다른 투자자인 황씨가 코인 시세를 조종했다고 봤다. 이에 투자자들은 황씨를 감금하고 총 1억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빼앗았다. 피해자 A씨도 당시 황씨에게 코인 폭락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씨는 공동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A씨는 혐의가 미미하다고 판단돼 불송치 됐다. 

그런데 황씨 부부에 투자금 손실을 항의했던 이씨는 이 사건 이후 오히려 이들과 더 가까워졌다. 이씨가 A씨와 황씨 부부 사이를 오가며 금전 손실과 관련해 여러 차례 돈을 요구했다는 주변인 진술도 있다. 실제로 이씨는 A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씨는 과거 A씨 운영 회사에서 몇달 간 일했고 이에 대한 임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앞두고 황씨 부부로부터 착수금 명목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는 다른 용의자 진술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금융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황씨 측은 최근 이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없으며, 범행과도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황씨 부부는 아직 참고인 조사 등을 받지 않은 상태로, 경찰은 조만간 이들 부부를 상대로 범행 연루 여부 및 피해자 및 이씨와의 관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가상화폐를 사이에 두고 용의자와 피해자, 용의자와 용의자 간 관계와 진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인물들 간 구체적인 관계와 원한 여부, 금전 거래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구속된 이씨와 황씨·연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는 오는 5일 결정될 전망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신상공개 요건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사건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 ▲피의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국민 알권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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