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주년 4·3 추념식 다음날, 그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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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지난 다음날인 4일 아무런 이유 없이 끌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제주4·3 희생자 64명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강건)는 4일 오전 검찰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25, 26차 직권재심(각 30명)과 유족 청구 재심(4명)을 열고 희생자 총 6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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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지난 다음날인 4일 아무런 이유 없이 끌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제주4·3 희생자 64명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죽었으나 죽지 않았던 64명의 한이 풀렸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강건)는 4일 오전 검찰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25, 26차 직권재심(각 30명)과 유족 청구 재심(4명)을 열고 희생자 총 6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유족 청구재심에서는 “고 윤모씨는 6·25전쟁에 참전하였다가 1951년 전사하여 국가유공자로 등재됐으며, 고 김모씨는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다가 제주4․3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에 연행되어 형무소에 갔다는 소문이 돈 후 행방불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고 박모씨는 광주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출소한 후 고향으로 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육지에서 혼자 어렵게 생활하다가 1966년 천만다행히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여생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뒤 이어 “고 강모씨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오름에 띠를 베러 갔다가 배우자가 보는 앞에서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목포형무소에서 마지막 소식을 전한 후 행방불명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강 부장판사는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함)이 될지 모르나 이 재심 판결로 망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망인들의 영혼들이 안식할 수 있기를, 그리고 긴긴 세월 동안 깊은 고통, 설움 속에 살아가며 한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망인들의 유족들과 그 아픔을 함께 한 일가친지들이 ‘망인은 무죄’라고 망인에 대한 기억을 새로이 하며 작은 위로나마 받으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제주4·3 군사재판 수형인 30명에 대한 제26차 직권 재심에서도 전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합동수행단 변진환·정소영 검사는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들은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위반죄로 기소되었으나, 피고인들이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위반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 판결이 선고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희생자 고 김병언의 조카 김모씨는 “아버지, 할머니, 올케 등 일곱 식구가 죽었다”며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 있나. 이후엔 폭도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 죄 없이 촌에 사는 어린 조카들까지 죽었다”며 “작은오빠는 대구형무소로, 삼촌은 마포형무소로, 아버지는 목포형무소로 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이다”고 전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날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가 4·3 재판을 담당하게 된데 가슴이 먹먹하다. 하루라도 빨리 무죄판결을 받고 싶어 하는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데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2주일 전 지난달 21일 25차 직권재심 재판때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며 “판결문에 마음을 담고 싶다”고 했었다. 그만큼 진중한 모습으로 임했다. 이날 빨리 무죄판결을 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를 다시 한번 더하는 모습에서 판사의 어깨에 놓인 짐을, 그 무게감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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