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1년래 최소폭 상승에도… 고민 깊은 한은

안용성 2023. 4. 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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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을 기록하며, 1년 만에 가장 작은 폭으로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 폭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은의 고심도 깊어졌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큰 폭의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지겠으나 둔화 속도는 소비자물가보다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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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2%↑… 오름세 둔화 양상
석유류 가격 14.2% 하락 큰 영향
근원물가 4.8%↑ 아직도 높은 수준
유가 변수 여전… 11일 금통위 주목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을 기록하며, 1년 만에 가장 작은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대 후반의 높은 수준을 보여 향후 물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은 고물가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오는 11일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한 시민이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2022년 동월 대비 3.0% 오르며 2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채소류 가격은 생산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3.8% 올랐다. 연합뉴스
이는 전달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치로, 지난해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작은 상승 폭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뒤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는 석유류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리며 2월(-1.1%)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휘발유(-17.5%)와 경유(-15.0%), 자동차용 LPG(-8.8%)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농산물 중에는 특히 채소류 가격이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8%나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전월(28.4%)에 이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래 최고치를 이어갔다.

지난달 물가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과 상승률이 같았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하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원물가 상승 폭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은의 고심도 깊어졌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큰 폭의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지겠으나 둔화 속도는 소비자물가보다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한 번 더 동결할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와 기타 산유국들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 의 감산 결정으로 유가와 국내 물가가 들썩일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미 상단 기준 1.5%포인트)도 변수로 꼽힌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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