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잘된다는데 당연히 가야죠…교수·교재·학비 3無인 ‘이 곳’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3. 4. 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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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혁신 교육기관 ‘에꼴 42’ 가보니
에꼴42 수학생인 이경은 씨(34)가 에꼴42 학생들이 프로젝트 과제를 선택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문가영 기자>
“분명한 건 한국에서 공부할 때보다 훨씬 재밌어요. 자율성도 보장되죠.”

프랑스의 정보기술(IT) 전문 교육기관 ‘에꼴42’는 교수, 교재, 학비가 없는 ‘3無’ 교육을 표방한다. 이곳의 학생들은 프로젝트식 과제를 통해 공부하고 동료들 간 상호 평가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학위도 없다. 대신 과제를 하나씩 해나가다보면 마치 게임처럼 레벨이 계속 상승한다.

이곳에서 공부하려면 ‘라 피신’(수영장)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입학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피신은 장장 4주간 진행되며 프로그래밍 역량과 더불어 상호협력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에꼴42 파리캠퍼스에만 연간 1000여명을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50대 1에 달할 정도로 치열하다.

지난 2021년 말부터 이곳에서 수학 중인 최규봉 씨(32)는 문과 출신으로 한국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전공했다. 블록체인 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코딩을 배우고 에꼴 42에 입학한 그는 “컴퓨터 관련 지식이 없어도 입학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며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이다보니 계속 앉아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강조했다.

에꼴42가 내세우는 특징 중 하나는 학생들의 다양성이다. 홍보 담당자인 샤흘리 모블랑은 “다양한 학생들이 모일수록 창의성이 발휘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입학이 쉬워야 하기 때문에 전 과정 학비가 무료이고 입학에 필요한 어떠한 자격조건도 없고 18세 이상이기만 하면 나이 제한도 없다”고 강조했다.

에꼴42의 홍보 담당자인 샤흘리 모블랑 씨(왼쪽)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7구에 위치한 캠퍼스를 찾은 기자단에게 학교의 입학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에꼴42는 지난 2013년 민간 주도로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교육 실험으로 꼽힌다. 프랑스 이동통신사 프리모바일의 자비에르 니엘 회장이 지난 2013년 기존의 교육 제도로는 새로운 시대의 인재를 기를 수 없다는 혜안으로 사재 1억유로(약 1400억원)를 출자해 설립했다. 이론이 아닌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실무 교육에 강점을 지니는 만큼 취업에도 어려움이 없다. 에꼴 42 게시판을 통해 매년 900개 이상 기업이 구인 제안을 보내며 포토리아, 블라블라카 등 유망 스타트업도 다수 배출했다.

또 다른 에꼴42 학생인 이동빈 씨(25)는 “적어도 IT 업계 관계자들은 에꼴42에서 공부했다는 것만으로도 채용에 큰 관심을 가진다”며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도 10명 중 1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꼴42는 이처럼 민간 주도로 교육의 질적 변화를 도모해 설립 10년 만에 제도권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꼴42는 따로 학위를 부여하지 않지만 유럽연합(EU)은 학생들이 특정 레벨이나 자격에 도달한 경우 EU에서 통용되는 학사 및 석사인정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프랑스도 한국처럼 그랑제꼴이라는 엘리트 교육이 존재하지만 에꼴42는 업계에서 준그랑제꼴 급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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