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한국 공동제안국 복귀
유엔 인권이사회는 4일(현지시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5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해 초안 협의에 참여했다.
인권이사회는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52차 회기 56번째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로 채택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2003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올해까지 21년 연속으로 채택됐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벌어지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북한 주민들의 정보권 침해를 명확히 지적했고,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관련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제작된 콘텐츠 일체를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해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결의안은 “독립신문과 기타 매체의 설립 허가를 포함해 온오프라인에서 사상·양심·종교·신념의 자유와 의견·표현·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러한 권리를 억압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포함한 법과 관행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에는 국군포로와 후손이 겪는 인권 침해 주장을 지적하는 기존 조항에 “건강이나 억류 상태에 대한 정보 없이 북한에 억류된 다른 나라 국민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문구도 새롭게 추가됐다.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해석할 만한 내용도 포함됐다. 외국인에 대한 고문, 즉결 처형, 자의적 구금, 납치 등을 우려하는 기존 조항에 “유족들과 관계 기관에 (피해자의) 생사와 소재를 포함한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결의안에는 북한이 주민 복지와 식량난 해결에 써야 할 자원을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전용하는 일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비판도 포함됐다.
북한 인권 현안을 망라한 기존 결의안 내용은 이번 결의안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구금시설 등에서의 인권침해와 강제노동, 자의적 구금과 처벌, 식량난과 사회적 계급 등에 따른 차별, 납치·강제실종·강제송환 등 문제의 전면적 해결을 촉구하고 광범위한 사생활 감시와 연좌제, 공개처형 등의 제도·관행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유엔은 매년 상반기 인권이사회, 하반기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새 결의안 내용은 통상 이전 결의안을 바탕으로 보완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하는 북한인권결의안에 우리 정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한국 정부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제출된 북한인권결의안에도 4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한국 정부는 결의안 채택 직후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57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북한인권결의가 작년에 이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북한이 금번 인권이사회 결의의 내용과 같이 북한 내 조직적·광범위·중대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깊이 우려하며 북한이 동 결의에 따라 인권 증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유엔 인권 메커니즘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대성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북한인권결의안은) 거짓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진정한 인권 증진과 무관하게 정치적 음모를 담은 문건”이라면서 “이 문건은 조국의 위신을 깎아내리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에서 만들어졌고 우리 사회를 전복하려는 비현실적인 꿈을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안 작성에 관여한 서방국가들을 두고 “침략과 학살, 인종차별 등 온갖 인권침해를 자행한 나라들”이라고 비판하면서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유린하는 이번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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