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의 ‘사과’와 태영호의 ‘무사과’ [이런정치]
피해 유족들 “살다보니 이런날도”… 전씨 손 잡으며 ‘고맙다’
태영호, “이승만 공 평가돼야”… 정부 보고서 “4·3 이승만 책임 커”
태영호 “뭐가 잘못인가… 유족들 제 말을 이해 못한 것 같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광주에 가서 사과했다. 광주 피해 유가족은 그를 눈물로 안아줬다. 피해 유족은 ‘이런날이 올지 몰랐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무엇을 사과해야 하냐”고 했다. 제주 피해 유족들은 울부짖었다. 75주년 4·3 사건 당일 태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왜곡됐다고 했다. 태 의원은 ‘사과 의향’을 묻는 누차 질문에 “북한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했다. 태 의원은 남한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5·18 피해자측 “살다보니 이런날도”= 전씨가 광주를 찾은 것은 지난 3월 31일이다. 그는 당일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5·18 유족·피해자들과 만났다. 전씨는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들에게 물어보면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가족들은)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사이에서 평생 자라왔고, 저 자신도 비열한 늑대처럼 살아왔다”며 “이제는 제가 얼마나 큰 죄인인지 알게 됐다. 제가 의로워서가 아니라 죄책감이 너무 커서 이런 행동(사죄)을 하는 것”이라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가족들을 대신해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더 일찍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도 말했다.
전씨는 유족들과의 만남을 가진 뒤 광주 북구 운정동 소재 국립 5·18 민주 묘지로 이동해 5·18 최초 희생자인 김경철 열사와 공식 사망자 가운데 가장 어린 전재수군(당시 11세), 그리고 고등학생 시민군이었던 문재학 열사의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전씨는 묘소를 참배하면서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묘비석을 닦기도 했다. 한 시민이 전씨에게 흰 수건을 건넸으나 전씨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옷으로 묘비를 닦았다.
전씨의 ‘사과’는 피해 유족들로부터 인정 받았다. 한 유족은 “광주로 올 때 얼마나 마음속으로 두려웠겠나. 그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 와서 사과한다니 마음이 풀린다. 위로 받았다”고 말했다. 오월 어머니들도 울먹이며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말하면서 전씨의 손을 잡았다. 또다른 피해자는 “전씨가 오늘 사죄한 용기에 대해 진짜 꼭 안아주고 싶다. 이제는 진실이 규명될 때”라고 말했다. 한 광주 시민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런 날도 온다”고 말했다.
▶태영호 “北에서 그렇게 배워”= 4·3 사건을 두고선 태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다. 태 의원은 75주년 4·3 사건 당일인 지난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4·3 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남로당과 아무 관계가 없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던 기존 자기 주장을 태 의원은 굽히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태 의원은 이어 “남북 분단, 좌우 이념 무력 충돌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을 당한 분들의 넋을 기리고 명예를 회복시키며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해야 할 때”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은 폄훼하고 과만 부각하는 편파적 역사 교과서 문제도 바로 잡아야 한다. 초·중·고교 교과서 대부분은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은 거의 기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또 “남북 분단과 동족상쟁의 책임이 소련과 김일성이 아니라, 미국과 이승만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작성했다”는 말과 함께 “지금이라도 역사 교과서를 재검정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2003년 발간한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인명살상의 가장 큰 책임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런데 태 의원은 4·3 사건이 일어난 당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태 의원은 ‘사과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누차 질의에 “저는 이게 제 소신”이라며 “이러한 것을 빌미로 국가 권력이 과도하게 진압하는 과정에 이념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정말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억울하게도 안타깝게도 희생됐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와 4월3일에 일어났던 문제는 구분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해야 한다면 무엇을 사과해야 되는지가 먼저 규명돼야 된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태 의원은 지난 2월13일 3·8전당대회 선거운동을 앞두고 열린 제주도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가 자행한 만행’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태 의원은 직후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 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에서 ‘소신’을 배운 태 의원은 남한 서울 강남갑의 국회의원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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