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판사의 무죄 선고…“유족들 한(恨) 풀리길”
[KBS 제주] [앵커]
제2대 4·3 전담재판부가 들어선 이후, 첫 재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제주 출신 재판장은 60명 넘는 4·3 희생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월, 제2대 4·3 전담재판부가 들어선 뒤 열린 첫 선고 공판.
제주 출신 강건 재판장은 먼저 4·3 사건을 맡게 된 것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강 건/4·3 전담재판부 재판장 : "2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4·3 재심 재판을 맡게 된 것에 가슴 벅찬 가운데 재심 재판받아야 할 분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고 가슴 먹먹했습니다."]
강 판사는 4·3 당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된 고 강기옥 씨 등 일반재판 수형인 4명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강 건/4·3 전담재판부 재판장 : "망 윤인관 님 무죄입니다. 망 김일현 님 무죄입니다. 망 박정생 님 무죄입니다. 망 강기옥 님 무죄입니다."]
이어진 군사재판 수형인들의 직권재심 선고 공판.
4·3 당시 일곱 가족을 잃은 막내딸이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돼 법정에 섰습니다.
[김축생/4·3수형인 고 김병언 씨 딸 : "촌에 사는 할머니 아버지가 무슨 죄가 있길래 3살 난 조카들까지 다 죽여 버렸습니다.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둘째 오빠는 마포에 가고 작은 오빠는 대구 가고. 아버지는 목포에 가고. 이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
강 판사는 고 김병언 씨를 비롯해 군사재판 수형인 60명에게도 전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강 판사는 첫 재판을 마치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강 건/4·3 전담재판부 재판장 : "긴긴 세월 동안 깊은 고통과 설움 속에 살아가며 한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피고인들의 유족들과 그 아픔을 함께한 일가친지들이 망인은 무죄라고, 망인에 대한 기억을 새로이 하며 작은 위로나마 받으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제주지법에서 명예를 회복한 희생자들은 1,200명이 넘습니다.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걸린 70여 년의 세월.
재판부의 진심 어린 판결이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응어리진 한과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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