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쌀값 폭락 대책 없이 양곡법 거부했다

배지현 2023. 4. 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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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처음으로 행사했다.

지난해 9월15일 민주당이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자,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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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방송법 등 줄줄이 충돌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처음으로 행사했다. 지난달 23일 국회를 통과한 지 12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농심과 헌법 정신을 유린한 행위”라며 반발했다. 국회 본회의에는 간호법·방송법 등 국민의힘 반대 속에 직회부된 법안들도 있어, 민주당과 윤 대통령은 ‘직회부 대 거부권’으로 입법 충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어 이를 재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두고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도 대비 5~8% 이상 떨어지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에 이의가 있을 때 15일 안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원회 상시 청문회 개최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약 7년 만이다.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 논의에서 ‘정부의 쌀 매수 의무화’에 반대하면서 타협의 문을 닫았다. 지난해 9월15일 민주당이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자,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들도 거부했다. 애초 민주당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 시 의무 매입하는 안을 발의했고, 김 의장은 이보다 완화된 중재안을 두 차례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은 모두 반대했다. 결국 김 의장의 1차 중재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12월16일 대선후보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정부는 즉각 과잉 생산된 쌀을 추가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도 소극적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쌀값 폭락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오는 6일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쌀값이 폭락할 때를 대비해 농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법을 거부하며 국민의 뜻을 무시한 윤석열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온 양곡관리법 재표결에 임하겠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부결(반대)을 행사한다면 국민과 농민으로부터 그에 대한 평판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에서 재의결하려면 헌법 53조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해, 국민의힘(115석)이 반대하는 한 재의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에 민주당은 쌀 산업 지원책을 추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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