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속에 빠진 방송통신위원회

박서연 기자 2023. 4. 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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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기소 여부... 기소시 감사원 통해 해임 청구 가능성
최민희 전 의원 추천안 국회 본회의 통과, 대통령 임명 절차 남아
보수언론, 야당 편중화 주장하지만 일시적 상황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지난달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부터 4시간30분 넘게 한 위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이창열 서울북부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동부구치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시간 걸쳐서 항변을 들어주시고 현명한 판단해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 앞으로 무고함을 소명하고 우리 직원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한 한 위원장은 14시간 넘게 조사받았다. 같은 달 24일 검찰은 한 위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당일 저녁 10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4가지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언론에서 계속 제기되었던 의혹의 핵심인 조작지시 혐의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는 점수조작 지시나 관여 관련 내용은 없었다.

한 위원장은 검찰 출석 과정에서부터 줄곧 오는 7월까지인 임기를 끝마칠 거라고 강조했다. 변수는 기소 여부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직위가 해제될 수 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이기에 구속 및 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 유죄 확정 전까지 위원장 자격을 상실하거나 직위해제 되는 등의 신분 변화가 이뤄지기는 힘들다.

감사원 청구를 거쳐 해임을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이 해임 청구를 하고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을 결정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감사원 해임 제청에 따라 윤 대통령이 해임을 결정하면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도 감사원 감사 결과 부실 경영 등을 이유로 2008년 8월 KBS에서 해임됐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2월 대법원 행정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정 전 사장에 대한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후 정연주 전 사장이 KBS 복직을 하지 못한 것처럼 법적 판단이 뒤늦게 내려져도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구도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부위원장 후임으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추천한 안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는 4:1(야권 추천 한상혁 위원장·김창룡 위원·김현 위원·최민희 위원, 여당 추천 김효재 위원) 구도가 됐다.

▲최민희 방통위 상임위원 내정자. 사진=미디어오늘.

이날 보수언론들은 최 전 의원 추천안 통과로 방통위가 야당 편중이 심해졌다고 보도했다.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안 통과... '여(與) 1, 야(野) 4' 방통위 더 기울어졌다> (조선일보),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안 통과…방통위 '여(與) 1, 야(野) 4' 됐다> (동아일보) 등 기사를 보도했다. 다음 날 주간조선도 <최민희 방통위 입성... '1:4' 야당 편향 심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이 구도는 일시적이다.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가 방통위원이 되려면 최종적으로 대통령 임명이 남은 상황. 국민의힘이 최민희 내정자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임명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야당 몫 추천으로 임명된 고삼석 전 방통위원도 대통령이 임명을 즉각 하지 않아 2달여 동안 고 전 위원 없이 4인 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문재인 정부 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 원자력안전위원의 결격 사유가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 거부한 사례도 있다.

최 내정자는 지난달 31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통령 임명이 남았다. 그리고 야당 추천 몫이기 때문에 이건 그냥 추천하면 사실상 임명 절차가 되는 것”이라며 “시간을 끈다는 건 방통위 내부 사정과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계획 이런 것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5일 문재인 대통령 추천 몫인 김창룡 위원 임기가 끝나는 점도 변수다. 대통령 추천 위원은 국회 추천 위원과 달리 국회 의결 절차 없이 즉각 임명이 가능하다. 곧바로 대통령 추천 몫을 임명하면 여당 몫 2 (김효재 위원, 윤 대통령 추천 몫 위원) : 야당 몫 3 (한상혁 위원장, 김현·최민희 위원) 구도가 된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한 위원장을 해임하거나 직무를 멈추게 할 경우 2:2 체제가 된다. 청문회를 거쳐 차기 위원장을 임명한다면 곧 여야 3:2 구도로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최민희 내정자와 김창룡 위원 후임 몫을 동시에 임명하지 않고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여야가 1 (김효재 위원) 대 2 (한상혁 위원장, 김현 위원) 구도가 된다. 김효재 위원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과반 출석하지 못해 방통위 운영을 사실상 중단시킬 수는 있다. 다만 한상혁 위원장의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한상혁 위원장 임기 동안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등 주요 의결사항이 없어 정부·여당이 무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에 “대통령 재가가 나면 인사처를 통해 방통위로 인사통지가 온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1월과 2월에 구속된 양아무개 국장, 차아무개 과장, 윤아무개 광주대 교수 등에 대한 첫 공판은 지난 4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피의자 측의 요청으로 기일이 변경됐다. 이에 앞서 검찰 측의 요청으로 지난달 2일 열릴 예정이었던 첫 공판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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