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겨냥 “美 증오하는 사이코패스”… ‘공격과 지연’ 전략 [트럼프 법정 출두]

유태영 2023. 4. 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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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대통령 기소’ 대응 어떻게
기소 주도한 브래그 검사장 직접 맹공
“인간쓰레기” “짐승” 원색적 말로 비난
新舊정권 충돌 구도로 포장 의도 담겨
판사 향해선 “날 미워한다” 딱지 붙여
변호인단은 단계마다 ‘시간끌기’ 전망
NYT “검찰이 소환장 보내자 소송 제기
18개월 동안 수사 지연시킨 사례 있어”
화이트칼라 범죄 전문 변호사 영입도
1789년 미국 연방정부 출범 후 45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처음 기소된 인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동산사업가 시절 때처럼 ‘공격’과 ‘지연’ 전략으로 법정 다툼을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AP연합뉴스
공격은 트럼프가 주도한다. 제1 표적은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지방검사장이다. 트럼프는 기소된 직후 브래그 검사장을 겨냥해 “왜, 누가 그런 일을 벌이겠나”라며 “미국을 진정으로 증오하는 타락한 사이코패스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원인 지검장이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반영된 수사를 통해 ‘워터게이트’의 리처드 닉슨,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과 위증 혐의를 받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피해갔던 기소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닉슨은 사임 후 사면을 통해, 클린턴은 탄핵안 상원 부결로 기소를 면했다.

이는 자신을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포장하면서, 이번 ‘성추문 입막음’ 관련 사건을 여야 대립 구도, 나아가 신구 정권의 충돌 구도로 만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트럼프는 기소 전인 지난달 24일에도 브래그 검사장을 ‘인간쓰레기’, ‘짐승’ 같은 원색적 언어로 비난했다.
그 직후에는 브래그 검사장 앞으로 ‘난 당신을 죽일 거야’라는 협박 메시지와 정체불명의 흰색 가루가 담긴 우편물이 배달되기도 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도 브래그의 “권력남용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거들고 있다.

1973년 뉴욕 빈민가인 할렘에서 태어난 브래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공직에 진출했다. 2021년에는 사상 첫 흑인 맨해튼지검장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앞에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출마를 응원하는 구호인 ‘다시 미국을 구하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그는 자선재단 ‘트럼프 파운데이션’의 공금 유용 혐의와 관련한 민사소송을 지휘하며 트럼프 측과 악연을 쌓았다. 이후에는 17년 전 트럼프의 혼외정사와 관련된 7년 전 기업 문서 조작 혐의를 파고들어 기소를 관철했다.

트럼프는 이번 사건 재판을 맡은 후안 메르찬 뉴욕 형사법원 판사에 대해서도 “나를 미워한다”는 딱지를 붙였다. 지난해 부동산 기업 트럼프그룹 사건을 맡아 160만달러(약 21억원) 벌금을 선고하고 고령(75세)의 앨런 와이슬버그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감옥에 집어넣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 바루크대, 호프스트라대 출신인 메르찬은 1990년대부터 뉴욕주 지방검사, 가정법원 판사 등을 지냈고 2009년부터 뉴욕 지방법원에서 근무 중인 베테랑 판사다.
법정 다툼의 단계마다 시한을 미루는 지연 전략은 트럼프 변호인단 몫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정치인이 된 후에도 시간을 끄는 전략을 택했다”며 “2019년 검찰이 세금신고서 등에 대한 소환장을 보내자 연방법원에 소송을 내 18개월 동안 수사를 지연시킨 적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화이트칼라 범죄 전문가인 토드 블란치 변호사를 영입해 방어력을 보강했다. 블란치 변호사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대출 사기 등 일부 혐의가 부당하다고 주장해 공소장에서 이를 삭제하는 등 형량을 최소화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트럼프 진영으로 보이는 한 시위자가 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앞에서 죄수복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그림 위로 “그를 가두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그는 기존 조 태커피나, 수전 네실리스 변호사와 함께 이번 기소의 적합성을 논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입막음용 돈을 회삿돈으로 처리하고 ‘법률 비용’이라고 허위 기재한 것은 경범죄이지만 대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그랬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중범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개발했는데, 뉴욕주 법률인 기업문서 조작과 연방법인 선거법 위반을 결합한 기소가 가능한지를 두고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의 문서 조작 혐의는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은폐할 목적이 있었음이 드러나야 중범죄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또 입막음용 돈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 전달자이자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신뢰성을 공격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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