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는 그곳, '숲'이 곧 삶인 직업들 [최영순의 신직업 101]

2023. 4.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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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변화, 기술발전 등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직업은 시대상의 거울인 만큼 새로운 직업을 통해 우리 삶의 변화도 가늠해 보길 기대합니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 '숲속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숲해설가로부터 산에서 자라는 여러 식물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는 그곳, 숲

여느 봄날보다 화창하고 때로는 초여름에 가까운 더위를 맞고 있는 요즘,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꽃과 싱그러운 나무에 한창 관심을 가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4월 5일)은 법정기념일인 식목일이다. 공휴일이던 시절처럼 나무심기 행사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많은 지자체나 단체에선 식목일을 기념해 나무나 식물을 심고 가꾸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숲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통해 심신이 지쳐 있을 때 쾌적함과 안락함을 선물한다. 최근에는 마음먹고 시간 내어 멀리 있는 산을 찾지 않더라도 도심 곳곳에 숲을 조성하여 도시인의 답답한 마음과 미세먼지와 여름의 열기를 줄여 주기까지 한다.

코로나19 이후 중요한 주거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숲세권', '공세권'일 만큼 집 근처 숲이나 공원이 있는지는 삶의 질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삭막한 고층건물 꼭대기의 옥상정원은 직장인의 쉼터로서 손색이 없다. 막히는 도로 위에서, 스트레스 받는 사무실에서, 집중이 안 되는 도서관에서, 잠이 안 오는 침대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 숲속 새소리, 계곡 물소리 등의 ASMR을 듣는 것도 모두 자연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최근 산림복지에 대한 관심 증가

국가차원에서도 2021년 지리산 둘레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라산 둘레길, 대관령 숲길 등 총 8곳의 '국가숲길'을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들 숲길은 여러 시도에 걸쳐 있는 50㎞ 이상의 숲길로 생태적,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들이다. '어머니의 산'이라 불릴 만큼 포근함을 주는 '지리산 둘레길', 여러 희귀식물과 곤충이 서식하는 '백두대간 트레일', 양떼목장·소나무숲 등이 있는 '대관령 숲길', 자연 그대로의 보존을 위해 예약제로 운영되는 '울진금강소나무숲길', 목재문화체험장을 운영하는 '대전 둘레산길', 그리고 치유와 휴양을 위해 연간 8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한라산 둘레길' 등 나름대로의 특징을 살려 관리, 운영되고 있다.

둘레길의 특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숲은 이제 자원의 보고이고, 그 안에서 자연을 활용하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개인이 숲과 자연을 통해 얻는 안정감을 보다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치유의 숲' 역시 현재 전국 38개가 운영되고 있어 최근에는 산림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산림복지'의 개념도 널리 통용되고 있다.

심신의 치유를 돕기 위해 숲에서 일하는 사람들

직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숲, 나무, 꽃 등을 활용해 심신을 치유하고 더 행복하게, 더 활기차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직업이 점차 늘고 있다. 도심숲, 수목원, 자연휴양림 등에서 다양한 나무, 식물에 대한 전문지식과 숲의 어제와 오늘의 역사를 전달하는 '숲해설가', 유아들을 위해 조성된 유아숲체험원에서 아이들의 안정된 정서와 산림교육을 담당하는 '유아숲지도사', 안전한 등산과 트레킹을 돕는 '숲길등산지도사' 등은 모두 양성기관을 거쳐 자격을 취득하는 전문가들이다.

또한 국가자격을 취득한 후 숲길, 치유의 숲 등에서 맞춤형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람들이 숲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도록 안내하는 '산림치유지도사'도 있다. 또한 예전에는 특정인들의 취미 정도로 인식되었으나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암벽등반, 산악마라톤, 산악자전거, 산악승마와 관련한 프로그램 개발, 활동지도 등을 담당하는 '산림레포츠지도사'도 앞으로 각광받을 산림분야의 새로운 직업이다. 그 외 수목의 피해를 진단, 처방하고 치료하는 '나무의사', 목재에 대한 전문지식을 지니고 활용법을 지도하는 '목재교육전문가' 등도 모두 산림과 관련된 직업이다.

숲, 산림과 관련한 이런 신직업 대부분은 산림청을 주축으로 전문인력 양성과정과 국가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론적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진심과 건강한 신체,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숲을 찾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이들이 자연을 통해 평안함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량이다.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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