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설화' 논란 김재원 “당분간 최고위 참석과 언론 출연 중단”

김기현 "불필요한 분란 야기 매우 유감…책임 묻고 기강 세울 것"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4일 “당분간 공개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3ㆍ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 득표로 선출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제주 4ㆍ3추념일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한 발언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되면서다. 앞서 ‘5ㆍ18 민주화 운동의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 발언으로 두 차례 공개 사과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설화에 휩싸이자 당내에서도 김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다시 논란이 빚어지므로 더 이상 이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 공개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적었다. 앞서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기념식) 정도는 참석하는데,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고 말한 것이 설화로 비화하자 급기야 공개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앞서 김 최고위원의 라디오 인터뷰 이후 여당 내에서는 공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해수호의 날은 추모일 아니었나"라고 반문하며 "서문시장 100주년 행사도 국경일이 아니다. 그냥 미국 방문 준비차 총리가 대독했다고 하면 될 것을 쉴드(보호막)를 쳐도 사리에 맞게 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실언하는 사람을 특혜를 주어 징계는 못하더라도 최고위 출석정지, 언론·방송 출연 정지라도 시켜라"며 "실언한 지 며칠 지났다고 또 방송에 나와 떠들게 하고 있나? 그것도 안 하면 당 지도부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비윤계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허은아 의원은 “국민 일반의 마음에서 벗어나 내년 총선 필패의 길로 달려가는 이유가 뭐냐"며 "한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러냐"고 질책했다.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에 "추모에도 격이 있냐"며 "그럼 프로야구 시구행사는 격이 높아서 가신 것이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하실 거냐"고 적었다.

그간 말을 아껴왔던 김기현 대표도 “당대표로서 김 최고위원 발언에 매우 큰 유감의 뜻을 전했다”며 기강 잡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오직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며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김 대표에게 자숙하는 의미로 4월 한 달 동안 최고위 참석 및 모든 언론 출연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대표가 공개 경고에 나선 건 김 최고위원의 잇단 실언이 내년 총선 패배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반영됐다. 김 최고위원은 3ㆍ8 전대 직후인 지난달 12일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ㆍ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공개사과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북미자유수호연합' 초청 강연회에서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게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깊이 반성하면서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앞으로 매사에 자중하겠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