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번 편하게 기도하세요” 조선소마다 기도실 짓는 사연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3. 4. 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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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밀려드는 수주에 인력난
태국·인니·우즈벡 등서 인력채용
외국인 근로자 전용 식단 제공
라마단 기간엔 야식용 도시락도
하루 다섯차례 기도 의무
이슬람 교도 위한 기도실도
HD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근무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외국인 전문 구내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차려진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국내 제조업계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례없는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제조업 뿌리인력인 도장·용접공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특히 외국인 숙련공 수요가 가장 많은 조선업계에선 현지 식단은 물론 통역서비스, 기도실까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각별히 모시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업체들을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3100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외국인 인력 580명을 들였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기간 각각 500명, 600명을 확보했다.

이들 인력은 대부분 협력업체에 배치됐는데 인력난을 겪던 상황에서 가뭄 끝의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2021년 하반기부터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대거 수주하며 약 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조선 빅3의 올해 2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195억달러(약 157조원)에 이른다. 일감은 크게 늘었지만 조선업계 종사자 수는 2014년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5000여명으로 절반 줄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외국인 근로자(E-9비자)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인 11만명으로 늘리자 조선 3사들이 올 연말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들이기로 한 것이다.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이들에 대한 복지도 덩달아 강화되는 추세다. 우선 기업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가 음식이다. 잘 먹어야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근무 집중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식이 입에 잘 맞지 않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특정 식재료를 먹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한 식단을 운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내 체력단련장. <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최근 한국 조선업체로 취직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국적은 우즈베키스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불교·이슬람 문화권 국가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처럼 이슬람 국가에서 온 근로자들은 교리를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HD현대중공업 구내식당에선 알코올과 돼지고기를 뺀 할랄 식단과 유사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치킨카레, 치킨난반, 치킨레스터랩처럼 닭고기를 주재료한 현지식과 강황안남밥, 토마토 비프스튜, 채소볶음밥, 병아리콩밥 등이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삼성중공업에선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도 구내 식당을 운영해 현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라마단 기간 중에는 일과시간에 식사를 못하는 근로자들에겐 빵과 요거트, 견과류로 구성된 식사 꾸러미를 따로 챙겨줬다”고 전했다.

하루에 다섯 차례 의무적으로 기도를 해야하는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기도공간도 마련했다. HD현대중공업은 작업장 탈의실 옆에 기도공간을 마련해 두었고, 삼성중공업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2개동에는 각각 10평 남짓한 기도실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말 외국인 근로자 전용 기숙사 9개 동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개인 숙소는 물론 샤워실은 모두 해바라기 샤워 수전으로 교체했고,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춘 헬스장도 마련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예전 기숙사 시설과 비교할 때 천지개벽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문통역사들도 조선소 현장에 상시 배치돼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동반성장인력지원부를 신설하고 8개 국어 통역 요원들을 배치해 현장 곳곳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의사소통을 돕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초기 정착 지원금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사전에 지급하기도 했다.

외국인 직원들의 안전관리도 주요 화두다. 이에따라 안전교육 영상을 다양한 외국어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통역사를 대동해 실제 안전 실습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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