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상속은 이미 다 끝난 얘기’…법원에 답변서 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LG 제공.

고 구본무 LG그룹 명예회장의 상속 지분을 둘러싸고 가족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측이 “상속 소송의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정기간)이 지났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속 문제는 끝난 사안이란 주장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대리인은 전날 이 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서울서부지법에 제출했다. 해당 답변서에는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본안 심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구 회장의 모친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LG복지재단 대표)·연수씨는 지난 2월28일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구 회장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2018년 5월 작고한 구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주식 11.28%를 포함해 모두 2조원 규모였다. 이전까지 ㈜LG 지분율이 6.24%였던 구 회장은 구 전 회장의 보유 지분 중 8.76%를 물려받아 LG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게 됐다.

구 회장은 본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소생이지만, LG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2004년 큰아버지인 구 전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한편 김 여사와 두 딸이 받은 유산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2.01%, 구연수 0.51%)와 구 전 회장의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였다.

이에 대해 김 여사와 두 딸은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며 유언이 없었기 때문에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상속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 침해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상속이 완료된 지 4년이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 회장 측 주장처럼 제척기간(3년)이 이미 지난 상황이다. 다만 유언장이 없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는 김 여사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소송 요건 충족 여부 등을 판단한 뒤 본안 심리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