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이동국 이어…축구협회, 임원진 전원 사퇴 "사면 논란 책임"

국내 프로축구(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 등의 징계 사면을 시도해 논란을 일으킨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경훈 KFA 전무이사는 4일 "KFA 실무 행정을 총괄하는 전무로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했다"며 "이번 징계 사면 사태에 대해 부회장단과 이사진 모두 큰 책임과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에 전원이 사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KFA 정관을 보면 선임된 임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사임한 것으로 간주한다.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며 KFA의 사면 조치에 반발했던 축구 팬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에는 유명 선수 출신으로 KFA 부회장을 맡고 있던 이영표와 이동국이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과문을 올리며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알렸다. 또 KFA 사회공헌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조원희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사퇴 뜻을 밝혔다.

KFA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를 열고 비위 행위 등으로 징계받은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KFA는 이사회 결정을 같은날 오후 8시에 진행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우루과이의 평가전 시작 전에 발표했다.

이에 축구 팬들은 KFA가 사면 조치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 이슈를 이슈로 덮고자 일부러 국가대표 경기를 앞두고 기습 발표한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KFA 발표를 보면 사면 대상자 1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명이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가담했던 인물이다. 당시 이들은 전·현직 선수들로 축구계 선후배 인맥을 통해 승부조작에 나섰다.

승부조작 관계자 중 일부는 조직폭력배와의 연결 고리도 있었다. 9개 구단에서 총 53명이 검찰로부터 기소될 정도의 초대형 스캔들이었다. KFA는 이같이 스포츠 정신을 정면에서 위배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후 축구 팬들은 KFA 공식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비판 글을 남기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KFA는 지난달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사면 조치를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정몽규 KFA 회장은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들의 위법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사면) 판단이 사려 깊지 못했다.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며 사과했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