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만2000원 달라는 노동계

곽용희 2023. 4. 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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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양대 노총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최저시급으로 올해보다 2380원 오른 1만2000원을 요구했다.

내년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에선 노사 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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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보다 25% 인상 요구
< “근로시간 유연화해야” > 중소기업중앙회와 여성경제인협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 네 번째) 등 중기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대처하려면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구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올해 최저시급(9620원)보다 25%가량 올려달라는 것이다.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노동계가 대폭 인상안을 꺼내면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증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대 노총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최저시급으로 올해보다 2380원 오른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월급 기준 250만8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들은 실질임금 하락과 공공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 요구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난방비는 40%, 전기요금 20%, 수돗물값 71%, 대중교통 요금은 30%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아직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2022년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도 못 받는 근로자가 12.7%에 달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내년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에선 노사 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 첫 회의는 오는 18일 열린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오는 8월 5일이다. 인상률이 3.96% 이상이면 내년도 최저시급은 처음으로 1만원을 넘는다.

 "모텔·식당 30%, 지금도 최저임금 못 줄 지경"

올해도 최저임금 논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5% 인상안을 들고 나오면서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못 주는 영세 기업·자영업자가 많은 상황에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아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폭 인상엔 부정적이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 비율 높아져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10.9%→2020년 2.9%→2021년 1.5%→2022년 5.1%→2023년 5.0%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라 집권 초인 2018년 16.4%, 2019년 10.9%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고용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인상폭을 1~2%대로 낮췄다. 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결정된 2022년 최저임금과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 결정된 2023년 최저임금은 각각 전년 대비 5%가량 올랐다.

경영계는 지금 최저임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최저임금 미만 비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9160원)도 못 받은 근로자는 275만6000명이었다. 전체 근로자의 12.7%다. 특히 숙박·음식업종에선 134만 명 중 41만9000명(31.2%)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2001년 1865원에서 2022년 9160원으로 오르는 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은 근로자 수는 57만7000명에서 275만6000명으로 377.6% 급증했다.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도 못받은 근로자 비율은 4.3%에서 12.7%로 뛰었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1998년 외환위기 후 최악의 고물가 탓에 실질임금이 축소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가를 감안한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지난 1월 기준 월평균 426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만7000원(5.5%)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실질임금이 작년 4월부터 10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노동계 설명이다.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선임차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최근 2년간 물가 상승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을 비교한 결과, 노동자 실질임금이 저하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영계 “업종별 차등적용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언급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가 올해 최저임금위에서 논의될지도 관심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1988년 최저임금 도입 당시를 제외하면 실제 업종별 차등적용이 된 적은 없다. 경영계는 법적 근거가 있는 만큼 차등적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도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에 ‘업종별 차등적용 심의를 위한 기초자료 연구를 올해 최저임금위 심의 개시 전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용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대로 심의될지는 미지수다. 근로시간 개편안이 반대 여론에 막힌 상황에서 정부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란 민감한 이슈를 꺼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미혼 단신 가구’가 아닌 ‘다인 가구’ 생계비로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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