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양곡법에 첫 거부권 행사 … 입법폭주 巨野에 책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번째 거부권 행사다. 2016년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로는 약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거부권 행사로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재의결시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재적 의원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재의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이날 거부권 행사는 일찌감치 예상돼 왔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개정안이 시장 쌀 소비와 관계 없이 남는 쌀을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하는 사실상의 '강제 매수법'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사주기 위해 매년 1조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에서 '퍼주기' 입법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개정안이 농민을 위하고 식량안보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입법을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절차도 무시했다. 단독 표결을 통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로 직회부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장기적으로 농민과 농촌을 더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고, 국가 재정까지 파먹는 법안을 거부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농가 반발, 야당 반발 등 정치적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국가 최고지도자라면 마땅히 해야할 일인 것이다. 결국 이번 거부권 행사는 거대야당 민주당의 입법폭주가 자초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책임은 민주당에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재의결을 추진하고, 재표결에서도 법안이 부결된다면 싸워나겠다면서 대대적인 여론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런 소모적 과정이 농민들을 진정으로 위한 것인지를 깊이 따져봐야할 것이다. 도움을 못주는 소모적 입법 폭주는 접어야 한다. 대신 법안의 미흡한 점을 보완해 실질적으로 농민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제1야당의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