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나의 늙은 반려견과의 이별’ 담은 1825일간의 기록…‘펫로스 증후군’을 아시나요?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4월4일(화) 17:50~18:25 KBS2
■ 출연자 : 정우열 작가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30404&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녹취]
"상호 강아지 이름은 뭐야?"
"중호요. 호가 돌림자예요. 제 동생이니까요"
"상호는 형제가 없구나"
"이젠 없죠"
[앵커]
항상 나만 바라보고 나만 따라다니던 반려동물이 떠난다는 것, 상상하기조차 힘든 슬픔입니다. 이때 경험하게 되는 극도의 상실감과 우울 증세를 가리켜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이라고 부른다는데요. 반려견을 통해 경험한 생로병사, 함께 한 소중한 일상들을 그림으로 담아낸 웹툰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정우열 작가 나오셨습니다. 작가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안녕하세요.
[앵커]
어느 작가들에게나 자기 작품의 캐릭터는 소중하겠지만 유난히 특별한 대상이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소개 좀 해주실까요?
[답변]
제가 20년 동안 키운 반려견을 소재로, 등장인물로 해서 만화를 그렸습니다. 풋코라고요.
[앵커]
지금 나가고 있는 저 강아지인가요?
[답변]
네.
[앵커]
첫 만남이 어떻게 시작됐어요?
[답변]
2003년에 풋코의 엄마 개인 소리라는 개를 다른 지인이 1년 정도 키우셨는데 키울 수 없는 사정이 생기셔서 제가 그 개를 입양하게 됐고요. 그 무렵에 소리가 강아지를 6마리 낳았는데 그중에 1마리를 같이 받기로 해서 받았다가 적절한 예방접종이나 이런 게 잘 안 돼 있는 상태여가지고 받은 지 3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다른 데로 갔다가 파양된 강아지를 제가 다시 받기로 했는데 그게 풋코입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운명 같네요.
[답변]
네.
[앵커]
풋코를 주제로 그러면 노견일기라는 걸 쓰셨는데 그 일기를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답변]
제가 만화도 그리고 글도 쓰고 하면서 오랫동안 기록하는 일을 해왔는데 어떤 시기를 기록했을 때 하고 그렇지 않고 그냥 넘겼을 때 하고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기억하는 정도의 차이가 크고 기억의 차이가 크다는 거는 삶이 그만큼 풍요로운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로 연결된다고 생각을 해서 풋코가 늙어가는 과정을 제가 만화로 그려야 되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앵커]
늙어가는 과정을 그리다가 지난 2월이었나요? SNS에 풋코와 이별을 한 이야기,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많은 독자들이 그 슬픔에 공감을 했는데 본인만 하겠습니까?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지금은 어떤 상태신가요?
[답변]
처음에는 굉장히 많이 슬퍼가지고 계속 울고 하다가 지금은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따금 여전히 슬프기도 하고 또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앵커]
괜찮다기보다는 약간 슬픔을 유예하는 거겠죠, 어떻게 보면.
[답변]
그 표현이 맞는 말씀인 거 같아요.
[앵커]
요즘 말로 펫로스 증후군.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떠나갔을 때 느끼는 상실감, 우울감을 그런 증상으로 설명을 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펫로스 증후군이 오면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답변]
우선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다는 거는 그 대상이 누구든 어떤 종류건 간에 슬픈 일인 거는 분명할 텐데 펫로스 증후군을 겪게 되면 나는 굉장히 슬픈데 주변에서 좀 과한 거 아닌가 이런 시선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아요. 그렇게 되면 이제 내 슬픔이 충분히 공감받거나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더 고통스럽게 되죠. 그게 펫로스 증후군의 특징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펫로스 증후군을 박탈당한 슬픔, 인정받지 못한 슬픔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강아지 한 마리 더 키우면 되잖아, 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종종 상처를 받거나 그러진 않으신가요?
[답변]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별로 안 계시지만 저에게 자신의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을 보내주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자신도 이런 슬픔을 겪었다. 혹은 자기는 이렇게 슬픈데 저는 어떻게 견디고 있느냐 이런 질문을 하시기도 하고. 그래서 그거를 어떻게 극복해야 되는지가 지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렇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거는 정말 내가 누군가의 전부가 될 수 있구나라는 걸 경험하는 과정인데 그 공백이 나타난다는 건 이건 굉장히 나의 일상에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잖아요.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거 같다고 하셨는데 그걸 어떻게 지금 극복을 해나가고 계세요?
[답변]
우선은 저도 이제 제가 개를 소재로 만화를 그리긴 했지만 관련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책도 찾아보고 자료도 찾아보고 하면서 공통된 얘기가 좋았던 추억이나 기억들을 사람들하고 많이 공유하고 슬픔도 혼자 억누르거나 감추지 말고 가능하면 소통하고 할 수 있으면 좋다고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그래도 제 경우에는 제가 만화로도 그렸고 독자분들도 계시고 하니까 그런 혼자 이 일을 겪는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드는데 실제로 그런 분들이 많이 계신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과 같이 의사소통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외부에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무슨 치유 프로그램 이런 것도 있다는데 그런 도움은 받지 않으시고요?
[답변]
지금은 받고 있지 않은데 풋코가 떠나기 전에 오랫동안 아팠고 제가 간병을 하는 동안에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서 먹기도 하고 그런 일도 있었죠.
[앵커]
반려동물이 떠난 이후에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답변]
개인차가 좀 있을 거 같은데요. 저의 경우에는 풋코가 저한테 워낙 큰 존재였고 그 존재가 떠나간 빈자리를 느끼는 거까지가 제 몫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당분간은 입양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다른 분들 같은 경우에는 입양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것도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이전의 존재를 대체하는 대체품이 아니라는 점. 내가 혹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그런 부분을 유념한다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때 어떤 모습으로 같이 있어 줘야 반려동물이 마음의 안정을 취하면서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까요.
[답변]
이것도 경우에 따라 많이 다를 거 같긴 한데 생로병사를 겪는 거는 자연에 속해 있는 모든 존재가 감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이렇게 하면 완전히 괜찮다 이런 건 없을 거 같아요. 다만 개가 떠나기 전에 우리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옆에 있으면 떠나가는 개도 아직 의식이 있기 때문에 걱정할 거 같잖아요. 그래서 의연하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만져주고 하면서 담담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작가님처럼 자식처럼 키우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한테는 어떤 방식으로 위로를 해드리면 될까요. 어설프게 위로했다가는 괜히 상처가 될 거 같기도 하고 말실수할까 걱정도 되고 하는데.
[답변]
제일 나쁜 거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새로운 개를 입양하면 되지 않냐든가 아니면 너무 부모님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너무하는 거 아니냐. 그만 좀 해라. 이런 건 정말 안 좋은 거 같고요. 한 중급 정도 되는 위로라고 하면 그래도 행복했을 거야. 그래도 좋은 데 갔을 거야.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게 큰 도움이 되는 말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요. 제 경우에 비춰 생각해보자면 네가 필요하다면 내가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까 마음 놓고 슬퍼해도 좋다. 이런 것이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앵커]
결국은 펫로스 증후군이 어감과는 달리 동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걸 작가님 이야기 통해서 느꼈거든요. 지금 이별을 준비하거나 이별을 겪은 분들한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반려견과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는 일이 아니라 결국 이 세상에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일의 일부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혼자 너무 슬퍼하거나 혼자 두려움을 겪지 말고 가능한 한 주변에 있는 사람들하고 소통하고 도움도 받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우리나라도 반려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이렇게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서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그런 시점이 된 거 같습니다. 정우열 작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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