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꺾이지 않는 물가…움츠러든 ‘심야 소비’
[앵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를 기록하며, 1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어 우려가 큰데요.
경제부 박영민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 초반대로 떨어진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석유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오름세를 끌어내렸습니다.
지난달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렸습니다.
2020년 11월, 14.9% 하락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건데요.
최근 들어 국제 유가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경유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가공식품은 2월보다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9%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빵과 스낵과자는 10% 넘게 올랐습니다.
주목할 건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인데요.
지난달 근원물가는 4.8% 올랐는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6%p 높았습니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하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앵커]
가공식품 중에서도 특히, 저렴하지만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찾았던 이른바 '가성비' 제품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 중저가 커피 판매업체는 오는 11일부터 2천7백 원이었던 라떼를 2백 원, 더치커피는 5백 원 올리기로 했습니다.
올해 초 고가 커피전문점을 시작으로 중저가 커피 판매업체까지 가격 인상이 확산된 건데요.
여기에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직접 계약을 맺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자체 상표인 'PB' 음료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대형마트 우유 PB 상품이 올랐고, 이번 달부터는 편의점 PB 생수 가격도 인상됩니다.
4캔에 1만 1천 원, 묶음으로 싸게 팔던 수입 맥주 가격도 1천 원 오릅니다.
통계상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4%대로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앵커]
이런 고물가 상황에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특히 코로나19 이후 야간 소비도 많이 줄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코로나가 본격화하며 감소한 심야 시간대 소비가 여전히 살아나질 않고 있습니다.
보통 24시간 영업하면 생각나는 게 '찜질방'이죠.
방역 제한이 모두 풀렸지만, 문을 열 지 말지 고민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야간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비롯해 전기료와 난방비 등 고정비용이 크게 오른 영향인데요.
고깃집과 카페 같은 대표 자영업종의 심야 매출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60%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코로나 기간 일찍 집으로 돌아가 여가 시간을 보내는 소비 형태의 변화도 영향을 주고 있죠.
이러다보니 대형마트와 편의점도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야간 영업 시간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앵커]
이렇게 밤 늦은 시간 소비가 줄면서 마음 고생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죠.
[기자]
네, 앞서 보신 자영업자도 어려움 겪고 계시지만, 요금이 올라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택시 기사도 손님이 뚝 끊겨 고민입니다.
두 달 전이죠.
2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이 1천 원 올랐고, 특히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심야할증 40%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요금이 올랐으니까 택시기사분들 수입도 늘었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막차를 타기 위한 '택시 통금'이 생길 정도로 손님이 줄었기 때문인데요.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심야시간 버스나 지하철 승객은 10% 이상 늘었습니다.
반대로 법인택시의 하루 평균 영업건수는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그만큼 빈차로 다니는 시간이 는 거고요.
요금이 올랐지만, 손님이 줄면서 수입은 사실상 제자리라는 게 택시기사들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법인 택시 회사들은 기사들로부터 받는 기준금, 이른바 '사납금'을 다음 달부터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보험료와 차량 유지비용 등이 올랐다는 게 이유인데요.
법인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이 오르면 수입은 줄고, 장시간 노동에 내몰릴거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요금이 올라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었을 수도 있다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중재에 나설 방침입니다.
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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