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빌딩전문 중개법인, 일반인 무료 `부동산 플랫폼` 만든 이유가?
[오늘의 DT인] 빌딩전문 중개법인, 일반인 무료 '부동산 플랫폼' 만든 이유가?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 내 토지 가격 내가 스스로 정하는 '부땡톡' 론칭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 대중도 쉽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동산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위치기반 서비스라 바로 내가 서 있는 자리 인근에 필요한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상했습니다."
부동산중개법인인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56)가 최근 외부 투자 없이 자비로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부땡톡'을 개발해 내놨다. 그는 상업용 빌딩의 중개 체계를 본격 구축해 국내 최대 상업용 부동산 중개법인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지금 사업도 순항 중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걸까.
정 대표는 1994년 한국 부동산컨설팅 1세대 법인인 '포시즌컨설팅'을 창립했다. 당시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변호사나 법무사를 통해 아는 사람들끼리 거래가 이뤄지던 시절, 모 기업 신규사업팀의 일원으로 간 미국 출장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라 자신이 직접 빌딩 중개 전문법인을 만들었다. 각 지역 등기소를 찾아 당시 서울 전역 수천개 물건의 소유주 등의 현황을 조사해 데이터베이스와 거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외환위기 시절에는 은행권에서 쏟아지는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 NPL) 물건 정리를 도맡아하면서 수많은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국내 14개 지사와 미국 LA 등 3곳의 해외지사까지 운영하며 한 때 직원이 720여명까지 늘었다. 그는 "미래에셋그룹과 현대백화점 사옥 매입 중개를 대행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후 잠시 건물 시행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중개업무와 적성이 맞다고 판단해 '어반에셋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 둥지를 튼 어반에셋은 빌딩자산관리부터 빌딩매각과 매입 및 관리, 사업타당성분석과 부동산가치평가 등의 투자자문, 임대·임차 중개서비스 등 부동산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그에게 또다른 영감을 주었다. 정 대표는 비대면 시대에 맞게 부동산 중개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다니던 정 대표에게 이 구상 역시 '단순 결심'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결국 지난해 5월 '부땡톡'을 본격 론칭했다.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부동산 거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부땡톡'은 일반인들이 직관적으로 이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작명했다. 부동산 가격도 매도자 본인이 정해서 올리도록 했다. 매수 희망자는 물건과 가격을 보고 협상과 거래를 하게 된다. 정 대표는 "자신의 부동산(물건)에 대해 본인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 직접 플랫폼에 본인이 물건을 등재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 상담까지 한번에 할 수 있도록 했다"며 "결국 공인중개사부터 법무사, 세무사, 변호사 등 부동산 관련 전문가 집단까지 바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 중에서 상속·증여파트 회계의 경우 삼일회계법인과 화우법무법인 등의 국내 대표 법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작년 5월 본격 론칭 후 거래 종류로는 지방 토지가 압도적으로 많고, 전문가 의뢰는 소유권 이전관련 법무사 의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 자문은 일부 비용이 들어간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 등을 막을 수 있도록 부동산 거래 금액 지급도 에스크로 계좌(입출금을 제3의 회사에 맡기는 제도)를 통해서 할 수 있도록 은행권과 협의 중이다. 소비자간 직접 거래 전자상거래 방식(C2C)인 셈이다.
'디스코'나 '밸류맵' 등 기존 프롭테크 업체들이 내높은 부동산 플랫폼과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그는 일단 "외부 투자가 일체 없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정 대표의 아이디어를 100% 반영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여타 부동산 플랫폼처럼 동일 물건에 여러 공인중개사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가격을 올려 혼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하나의 물건에 한명의 실소유자나 권리자가 등재해 사용자들이 헷갈리지 않을 수 있게 했다는 부연이 이어졌다.
물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매물 등록 건수가 늘어난다면 향후 투자를 받아 기술개발과 홍보에도 중점을 둬 한층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전까지 일반인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부동산을 올리거나 거래하는 것은 '무료' 운영을 고집하겠다는 의중을 강조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정 대표는 "코로나 장기화 여파로 부동산 시장의 틀이 전과는 전혀 달라졌다. 특히 오피스와 리테일 시장이 많이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오피스는 재택근무가 많아져 오피스 공간을 축소하는 분위기인데다, 리테일 시장은 사람들이 만나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분위기에서 나 홀로 편하고 안전하게 먹거나 쇼핑하겠다는 기조로 바뀌고 있어 점점 리테일 점포 수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 대표는 "미국의 경우만 봐도 현재 직원들이 출근하면 회사의 (임대 등의) 비용이 증가해 출·퇴근은 축소시키고 재택근무를 늘리는 추세"라며 "이처럼 향후 오피스나 리테일 부동산의 경우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때문에 시행사 등은 주택 공급으로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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