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전기료 인상... 정부·소비자 만났지만 입장차만 확인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바라보는 각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일반 소비자들이야 가뜩이나 고물가 시대인데 전기료 안 오르길 바라지만, 한전 등 공급기관에선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점진적인 인상 방안 등이 꼭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전기·가스요금 관련 관계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8.4% 급등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정부와 여당이 반대에 부딪혀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하는 등 논쟁이 이어지자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날 소비자 측 대표로 참석한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4번의 가격 조정으로 가계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고물가 시기에 요금 인상은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간사 역시 “전기요금은 인상폭이 너무 커, 소상공인들이 임대료보다 전기요금을 더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요금 인상에 반대했다.
반면 공급자 측으로 나선 한국자원경제학회 소속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렴한 요금 수준은 소비자들에게 해당 에너지를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요금 인상을 하되, 공기업의 사업비용 저감 노력과 취약계층 보호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탄소중립연구부장도 “요금 동결 시 공급 안정성이 저해되고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구자현 KDI 산업·시장정책 연구부장은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이 클 경우, 급격한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을 국내 에너지가격에 단계적으로 반영하되, 그에 대한 명확한 규칙이 있으면 자의적 운용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전기·가스 요금제에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금융시장과 에너지시장 상황에 따른 우려도 이어졌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전기요금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한전이 적자를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 한전의 사채발행여력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내부운용기준으로 연속 적자기업은 편입한도를 제한하도록 한 일부 기관은 한전 주식 보유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한전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규모 한전채 발행이 계속된다면 약세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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