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검찰, 유동규 ‘변심’ 후 진술만 선별제출”···검찰 “지연전략”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검찰의 증거 제출 범위를 문제삼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정 전 실장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기 시작한 ‘변심’ 이후 내용만 검찰이 취사선택해 제출했다는 것이다. 정 전 실장 기소 후 다른 사건을 수사하면서 얻은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4일 열린 공판에서 정 전 실장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는 지난해 9월 유동규가 진술을 번복한 이후 신문조서가 대부분”이라며 “대장동 본류 사건에서 수많은 진술조서가 작성됐지만 현재로서는 모두 누락됐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증거를 취사선택했을 수 있다”며 2021년 10월 이후 작성된 진술조서를 모두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9월 대장동 수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정 전 실장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의 비리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이른바 ‘변심’ 이후 태도를 달리하며 진술을 바꿨다. 그는 정 전 실장 재판에서도 뇌물을 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유 전 본부장의 바뀐 진술이 재판에서 핵심 증거인 만큼, 진술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해 기존 진술 내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정 전 실장 측 주장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 측 요구를 두고 재판 지연 전략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수사팀이 개편된 후 작성된 모든 수사기록은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다 넣었다”며 “수사팀이 선별해 나눌 이유도, 필요도 없다. 검찰이 마치 뭔가를 숨기고 왜곡하거나 취사선택했다는 취지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공방이 이어지자 “법정에서도 전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조서가 제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 전 본부장 측에 대장동 사건 관련 진술조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검찰이 추가로 제시한 증거를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이날 정 전 실장을 기소한 이후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를 조사한 조서 내용과 첨부서류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은 기소 당시 충분히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일단 기소해놓고 추가로 여러 여죄나 다른 관계자를 조사하면서 그때그때 유리한 증거가 있으면 이 사건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안이한 발상을 하고 있다”며 “기소 당시 수집된 증거로 재판을 진행해야 피고인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소제기 이후 작성된 수사 자료는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 해도, 일괄적으로 증거채택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건 아니다”며 “수사과정에서 새로 나온 증거들은 최대한 입증에 반드시 필요하고 관련성이 깊은지 검토해서 신청하겠다”고 맞섰다.
검찰은 이날 이른바 ‘가짜’ 폐쇄회로(CC)TV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성남시청에서 받은 자료도 증거로 제출했다. 정씨는 CCTV가 설치된 성남시청에서 유 전 본부장한테 현금을 받았다는 검찰 주장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과 유 전 본부장은 CCTV가 가짜였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날 정 전 실장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이 구속된 이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추가 확인돼 기소된 터라 추가로 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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