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차단' 유럽 확산되나? 독일·프랑스도 규제카드 만지작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출시 4개월 만에 암초를 만났다. 이탈리아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챗GPT 접속을 차단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규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울리히 켈버 BfDI 위원장은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원칙적으로 유사한 조치가 독일에서도 가능하다"며 "이탈리아 당국에 챗GPT 차단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미국 기업인 만큼 관련 규제 조치가 정부 권한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테크에리스는 "독일이 챗GPT를 차단하는 두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달 31일 챗GPT 사용을 잠정적으로 금지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챗GPT를 차단한 나라는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0일 발생한 챗GPT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챗GPT를 쓰던 사용자 일부에게 다른 사용자의 대화 이력이 보이는 버그(이상 작동 현상)가 발견됐다. 또 오픈AI 측이 가입 확인 이메일을 잘못 발송해 사용자의 이름, 이메일 주소, 결제주소, 신용카드 번호 마지막 네 자리 등이 약 9시간 동안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했다.
오픈AI는 즉각 사과했지만 이탈리아 당국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열흘 뒤 챗GPT 접속을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청은 "챗GPT가 알고리즘 학습 목적으로 개인 데이터를 대량 수집하고 저장하는 것을 정당화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성년자가 부적절한 자료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령 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데이터보호법 전문가인 스기모토 가케시게 변호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탈리아 당국은 챗GPT가 유럽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한 것"이라며 "GDPR 위반에 대한 조사는 해당 회사의 유럽 지사가 위치한 나라가 맡는 것이 원칙이나 오픈AI는 유럽 지사가 없어 이탈리아가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DPR은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강화한 게 특징으로, EU 회원국 국민에게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이 이 법을 적용받는다. 법규 위반 시엔 세계 매출 4% 또는 2000만유로(약 286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탈리아의 챗GPT 차단 조치가 GDPR 위반과 관련된 만큼, 이같은 움직임이 EU 국가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데이터 정보기관은 챗GPT 접속 차단 근거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이탈리아 당국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 대변인은 "이탈리아 규제 당국과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번 문제와 관련해 EU 내 모든 데이터 보호 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당국은 챗GPT와 관련된 불만이 접수되진 않았지만, 향후 조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당국의 챗GPT 차단은 과도한 결정"이라며 "모든 기술 혁명은 큰 변화와 위험 그리고 기회를 가져온다. 규제 당국과 입법자 간의 협력을 통해 이를 통제할 순 있지만 막을 수 없다. 이 조치가 이탈리아 산업과 기술 혁신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빠른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적었다.
독일 연방 도약혁신기구의 라파엘 라구나 대표는 한델스블라트에 "차단 조치로 디지털 기술 발전을 막을 순 없다"며 "우리는 혼란의 한가운데 있으며,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원하는 것은 발전시키고 원하지 않는 것은 구체적으로 막는 방향으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각국 데이터보호 당국이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AI 규제에 대해) 정부는 관대한 입장을 보이지만, 당국은 규제 강화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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