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제 에너지값 하락, 요금 정상화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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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다.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물가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전기·가스(민수용) 요금을 각각 11%, 38% 인상하는 데 그쳐 미국·독일·일본의 전기·가스 요금이 평균 54%, 129% 인상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세를 두고 에너지 요금 정상화 추진에 한숨을 돌리는 계기가 아닌, 합리적 요금체계 구축을 앞당기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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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이하의 요금체계가 지속되며 소비자로부터 회수되지 않은 에너지 수입비용은 우리 경제에 부채로 켜켜이 쌓였다. 올해 1·4분기까지 한전과 가스공사가 짊어진 비용만 도합 50조원에 육박한다.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어떠한 파급 효과를 미칠지 미지수다. 에너지 산업만 보더라도 공기업의 사채 발행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구매대금과 중소기업에 대한 기자재·공사 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억눌린 요금체계는 소비자의 에너지 절감유인을 약화시켜 에너지 수입을 더욱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
더 큰 우려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80달러 수준에 있으며,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경기 변동에 따라 언제든 다시 요동칠 수 있다. 탄소중립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음에 따라 전통 에너지 공급 리스크는 장기적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한다. 원가주의에 입각한 합리적 에너지 가격체계를 갖추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국제시장 급변에 대한 대응력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우리 정부도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에너지 요금을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시장에 시그널을 준 것이다. 남은 과제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 확보다. 기업이 정부를 믿고 과감한 에너지 효율개선 투자에 나서게 하려면 무엇보다 일관적이고 흔들림 없는 정책 이행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세를 두고 에너지 요금 정상화 추진에 한숨을 돌리는 계기가 아닌, 합리적 요금체계 구축을 앞당기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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