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백경사 피살·총기 탈취’ 용의자 이정학으로 압축

김동욱 2023. 4. 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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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 “5일 첫 대질조사”

전북경찰이 21년 전 심야에 전북 전주 도심 파출소에서 경찰관을 살해하고 권총과 실탄 등을 빼앗아 달아난 유력한 용의자로 이정학(51)을 지목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정학은 이 사건 발생 9개월 전 대전 국민은행 지하에서 벌인 강도살인 사건 일당 2명 중 한 명으로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전북경찰청 ’백경사 피살사건 전담수사팀’을 이끄는 이신후 형사과장은 4일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까지 용의자들을 대상으로 6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해 이미 확보한 증거와 부합하는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전북경찰청 추모의 벽에 있는 백선기 경사. 뉴스1
이 형사과장은 “다만, 이승만의 제보대로 이정학의 단독 범행인지, 아니면 두 사람이 공동 범행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오는 5일 첫 대질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그동안 조사에서 서로 백경사 피살 사건 범인으로 지목하며 범행을 떠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정학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고 백선기(당시 54) 경사가 피살된 당시 사용된 흉기의 종류 때문이다. 숨진 백 경사 몸에서 발견한 상처에 비춰볼 때 범행에 쓰인 흉기는 식칼이나 과도, 등산용 칼 등이 아닌 회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정학은 이승만과 함께 지난 2004년 7월 대전에서 유흥주점 업주를 대상으로 강도를 계획했다가 검거됐을 때도 회칼과 노끈 등을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칼은 이미 폐기처분돼 유전자(DNA) 분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정학을 유력 용의자로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정황 증거와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으나, 원활한 수사 진행을 위해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정학은 이승만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 범인들이다. 이들은 당시 현금 수송차를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과장 김모(당시 45세)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으나, 경찰이 사건 발생 7553일 만인 지난해 8월 25일 두 사람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손수건의 유전자(DNA) 정보를 충북지역 불법 게임장에서 나온 유전자(DNA)와 대조한 결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지난달 17일 대전지법에서 이정학은 징역 20년, 이승만은 무기징역형을 각각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지난 2022년 9월 21일 대전 둔산경찰서 정문에서 21년 만에 검거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정학이 고개를 숙인 채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전북경찰은 지난 2월 13일 복역 중인 이승만으로부터 ‘사라진 백 경사 총기가 숨겨진 장소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백 경사 피살사건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사건 발생 21년 만이다.

이에 경찰은 지난 2월 3일 이승만이 말한 울산시 한 여관방의 천장에서 백 경사의 권총을 찾았으나, 함께 사라진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은 발견하지 못했다. 총기 일련번호는 백 경사가 피살 당시 소지했던 권총과 일치했다. 경찰관 피살 사건 발생 20년6개월여만에 결정적인 사건 단서를 찾은 셈이다.

경찰은 이후 이정학과 이승만을 백 경사 피살 사건 용의자로 지목하고 잇단 접견을 통해 사건 관련 내용을 조사한 데 이어 5일 첫 대질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주 백경사 피살 사건'은 2002년 9월 20일 오전 0시50분쯤 전주시 금암동 금암2파출소에서 홀로 근무하던 고 백선기 경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도주한 사건이다. 당시 그가 소지했던 38구경 권총과 실탄 4발, 공포탄 1발도 사라졌다.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지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이승만의 옥중 편지로 새로운 실마리를 찾은 전북경찰은 수사부장을 중심으로 형사과 강력계,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계, 장기미제팀 등 47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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