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감원, 공모증권 꼼수 발행 조사 안 해"

징계면직 예정 직원에 해고 예고수당 지급
적법절차 없이 금융사에 디지털포렌식 실시

[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금융감독원이 파생결합증권(DLS)을 분할 발행해 공모 규제를 피한 증권사를 적발한 뒤 이 중 일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예탁원에 책임을 물으면서 금감원의 제재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금융감독원 현판. [사진=아이뉴스DB]

4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원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21년 7월 감사원의 통보로 3개 증권사가 발행하고 1개 증권사가 판매한 30개의 DLS 발행 현황을 살펴봤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중 KB증권이 같은 종류의 증권(기초자산 및 손익구조 동일)을 쪼개기 발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동안 인정하지 않던 사유를 근거로 조사와 제재를 면제했다.

KB증권이 발행한 DLS는 기초자산, 수수료 등이 모두 같았지만, 발행일과 만기일이 3일 달라 기준가격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공모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고 추가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결론 내렸다.

금감원은 KB증권을 제외한 3개 증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올렸고, 최종 의결됐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곳은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이며 이를 판매한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금융위원회법과 직제가 정한 기준을 초과해 금감원의 상위직을 운영한 점도 발각됐다. 금융위원회법은 금감원의 집행 간부 정원을 15명으로 정하고 있지만, 2020년 2월 부원장보 직위를 1석 신설해 정원을 초과해 운영했다.

감사원의 세 차례(2009년 2015년 2017년)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사 직위 운영도 유지했다. 최초 지적 때에 비해 유사 직위 규모는 50% 늘었고, 직급도 3급에서 2급으로 높였다.

퇴직을 앞둔 임직원에 하루만 근무해도 월 보수 전액을 지급했고 명예퇴직자에게 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지급할 때 퇴직한 달을 양쪽에 모두 포함하기도 했다.

평가상여금 역시 전년도 연봉총액의 월 평균액이 아닌 연봉인상분이 최대 반영된 12월을 기준으로 산정했고, 직원의 위탁 교육비에 사적 모임용 자치회비(골프 모임 비 등)까지 포함해 지급한 점도 발견됐다.

근로기준법상 본인의 귀책 사유로 징계면직이 예정된 직원에게 해고 예고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데도, 금감원은 금품수수, 채용 비리, 공무상 비밀누설 등 유죄를 선고받은 직원에게도 해당 수당을 지급했다.

금융회사 검사와 감독 등 고유업무와 관련해서는 법률이 아닌 고시에 근거해 금융회사의 물품과 자료를 봉인하고 적법절차 등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했다. 이 외에도 은행 금리 인하권 운영에 대한 점검 소홀, 지역난방공사 외부감사인 직권 지정 등이 감사 결과 적발됐다.

감사원은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 및 예산운영 개선과 미비한 규정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며 "금감원이 조직 및 예산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감독 검사기관의 역할을 보다 공정히 수행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석범 기자(0106531998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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