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돌덩이' 표현에… "대놓고 국민 무시하는 것" 野 맹폭

사진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는 한 총리. /사진=장동규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말하던 중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말해 야당은 물론 일반 누리꾼까지 격분했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에 굴욕적인 해법을 갖다 바쳤으면 우리가 받아올 게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하자 "한 번의 회담을 통해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지만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그런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이제 일본과 논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우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30년 이상 투쟁해서 쟁취한 사법적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느냐"라며 "너무 실망스럽고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국민이 모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이었기에 돌을 치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미래 지향적인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며 "돌을 치운 것은 한·일 관계가 바람직하게 형성되도록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한·일 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했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일본 측 시각" "한 총리가 파국을 몰고 온다" "함부로 얘기하고 표현하는 행태가 걱정스럽다" 등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막말 총리의 경악스러운 역사 인식"이라며 "한·일 관계의 가장 큰 돌덩어리는 한 총리가 비하한 우리 국민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최악의 외교 참사를 가려보려고 하는 말이 국민을 돌덩이라고 폄훼하는 것이냐"라며 "윤석열 정부 인사들이 평소 국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맹폭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이번 한 총리의 막말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을 달래고 식민 지배 역사가 청산되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방해물로 취급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회담 결과에 비판적인 국민을 걸림돌 정도로 취급했다"며 "피해자를 돌덩이로 생각하는 한 총리의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누리꾼 역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판글을 다수 게재하며 분노했다. 이들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할망정 들쑤시고만 있다"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발언이 몇 번째냐" "이렇게 대놓고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상황은 처음 본다" "정부가 국민을 걸림돌 취급하면 우리 국민은 누가 보호해주는 것이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계속되는 비판에 한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칭한 게 아니다"라며 "의도를 곡해하지 말라"고 단언했다. 그는 "제가 돌덩이라고 지칭한 것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려고 했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떻게 우리 국민을 돌덩이라고 할 수가 있겠느냐"라며 "똑바로 얘기하는 것보다 똑바로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