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조각투자 `열매컴퍼니` K옥션 추월… 쪼개서 열매 맺다

신하연 2023. 4.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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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00% 성장 작년매출 288억
3년 연속 흑자 '매출 2위' 등극
업계 1위 서울옥션 추격 가시권

조각투자가 활성화하면서 미술품 시장에 지각 변동이 생기고 있다. 7년 차 스타트업이 개미들의 규합해 몸집을 키우더니 마침내 18년차 대선배 를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25년차 업계 큰 형님도 추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전 세계 최초로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마련, 그동안 없던 새로운 제도권 시장을 만든들면서 대변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연평균 200%씩 성장…미술품 투자시장 2위 등극= 2016년 설립된 열매컴퍼니. 이 회사는 미술품 공동구매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2019년 매출액은 17억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31억원, 2021년 171억원, 2022년 287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연평균 200%씩 성장한 셈. 2000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3년 연속 흑자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액 287억원, 영업이익 18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미술품 투자 시장의 기존 강자인 상장사 케이옥션(277억원)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021년과 비교해 업계 1위인 서울옥션은 매출액이 790억원에서 551억원으로, 기존 2인자였던 케이옥션은 383억원에서 277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도 매출액이 200% 성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예상 매출액 규모는 860억원으로 서울옥션도 앞지를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성장 비결을 '조각투자의 힘'에서 찾고 있다. 토큰증권(ST)의 시장 안착 과정에서 상품 발행 가능성이 높은 조각투자 관련 기업의 몸값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열매컴퍼니는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국내외 유명작가의 미술품을 소유권 분할해 소액으로 판매한다. 2018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고가의 미술품을 조각 단위로 구매하고, 작품이 재매각되면 그 차익을 지분에 따라 나눠가지는 구조다. 열매컴퍼니에 따르면 2018년 서비스 개시 이후 4년 동안 공동구매액 430억원, 재매각률 60%를 기록했다. 공동구매 횟수는 175건이고 매각 작품수는 101건이다. 평균 보유기간은 약 10개월, 평균 수익률은 29%다.

반면 한국의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로 꼽히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단순 판매와 경매 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옥션은 미술품 판매가 매출 구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 수익원이다. 자기자본을 들여 미술품을 매입 후 되파는 구조다. 케이옥션은 상대적으로 판매 분야 비중이 작은 대신 경매수수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통상 미술품 경매 수수료는 판매액의 10~15%로 책정된다.

◇업계 러브콜 이어져…200억원 규모 시리즈C 펀딩 진행= 최근 STO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금융권과의 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실물·금융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토큰 형태의 증권이다. 증권성이 있다고 판별된 토큰이 거래 대상이 되며 초기 단계를 거쳐 시장이 성숙해지면 대체투자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열매컴퍼니도 기존 공동구매를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전환하고, 미술품 가격산정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미술금융사업도 추진하는 중이다.

양호한 영업이익률에 향후 먹거리로 발전할 수 있는 토큰증권 기업이라는 매력이 더해지면서 각종 벤처캐피탈(VC)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소액투자를 받을 계획이었던 열매컴퍼니 측도 사전 수요조사에서 투자를 희망하는 VC가 대거 등장하면서 최대 200억원 규모로 시리즈C 펀딩을 진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3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자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앞서 소프트뱅크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신한캐피탈, DS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유온인베스트먼트, 크로스로드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이전 라운드 펀딩을 마무리한지 1년 만이다. 열매컴퍼니는 시리즈C로 투자받은 자금을 토큰증권 관련 신규 사업과 글로벌 진출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금융사 중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일찍이 열매컴퍼니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사는 지난해 말부터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T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상품성이 확보된 알짜 기업을 우선으로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기존 보유한 70만건 이상의 미술품 데이터와 매월 수집되는 미술품거래데이터를 확보해 적정 가격을 산출하고, 내부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친 시장분석이 적중한 것 같다"면서 "회사의 시장분석과 투자전략이 상장사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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