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 아들 운동회에서 1등 해도 돼? 프레이저 "슬슬 뛰는 것 몰라요"
오광춘 기자 2023. 4. 4. 17:55
처음부터 인정사정없습니다. 앞만 보고 달립니다. 같이 달리기에 나선 엄마들은 뒷걸음질 치듯 점점 멀어져 갑니다. 아들 운동회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요.
자메이카의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37)의 달리기 영상이 전 세계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습니다. 여자 100m 역사상 세 번째로 빠른 선수가 아들 운동회에서 1등 한 이야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뉴스는 아니죠. 당연한 귀결일 테니까요. 오히려 올림픽 챔피언이 이런 무대에서도 달리기 경주까지 나간 게 놀랍기만 합니다. 그러나 프레이저-프라이스는 레깅스 차림에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머리에 야구모자를 쓴 채 가장 앞에서 달렸습니다. 겸손은 없습니다. 옆에 선 다른 엄마들을 봐주는 것도 없이 평소 뛰던 대로 힘차게. 오히려 그게 좋아 보였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열정적으로 달리는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소셜미디어에 “나는 스프린터입니다. 나에겐 천천히 달리는 DNA는 없습니다”고 적었습니다. 유쾌하고 발랄하죠. 아들 자이온의 운동회에서 경주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적었습니다.
“처음엔 경주에 나갈 생각이 없었어요. 심지어 코치가 뛰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죠. 그러나 나의 팀원(가족)들은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자이온은 첫 경주를 뛰다 넘어졌고, 장애물 경주에서 동메달을 땄습니다. 남편 제이슨은 아빠들이 참가한 경주에서 금을 따오라 했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올림픽 선수로서 금 하나도 따지 못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아 경주에 나섰어요.”
프레이저-프라이스는 152cm의 작은 키로 어떻게 빨리 뛸 수 있는지 궁금증을 불러내는 스프린트입니다. 2008년과 2012년 올림픽 100m에서 금메달을 땄죠. 2017년 아들 자이온을 낳고서 다시 선수로 복귀해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엄마가 됐다고 기량이 쇠퇴하는 건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세상이 정해놓은 한계를 하나씩 지우고 있습니다. 올해 서른일곱, 스프린트의 전성기 나이도 잊고서 뜁니다. 지금은 1년 뒤 2024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면 출처 : 로이터·인스타그램 '_ammago_'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JTBC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실리콘' 섞였을 가능성...동서식품, 자발적 회수
- 민주 "정부·여당 안 가니 우리가 후쿠시마 갈 것"…오염수 논란 속 후쿠시마행
- [D:이슈] 시민 향한 붉은악마의 '무차별 채찍질'…알고 보니 종교의식
- '투자의 눈' 키우기…부자들이 챙겨 보는 경제지표 (김경필 머니트레이너)|머니 클라스
- 현미, 항년 85세로 별세… 자택서 쓰러진 채 발견
- [단독] 명태균 "국가산단 필요하다고 하라…사모한테 부탁하기 위한 것" | JTBC 뉴스
- 투표함에 잇단 방화 '충격'…미 대선 앞두고 벌어지는 일 | JTBC 뉴스
- 기아의 완벽한 '결말'…우승에 취한 밤, 감독도 '삐끼삐끼' | JTBC 뉴스
- "마음 아파도 매년 올 거예요"…참사 현장 찾은 추모객들 | JTBC 뉴스
-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금 20돈 발견한 경비원이 한 행동 | JTBC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