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감원 '유령직제' 경고

"유사직위 없애라" 통보

금융감독원이 감사원의 세 차례에 걸친 지적에도 직제상 직위 외에 유사 직위를 만들어 몸집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할 때 전자감식(디지털 포렌식) 등에서 공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4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감원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법에 규정된 집행간부 정원(15명)을 1명 초과했고, 지방자치단체에 파견된 직원 등에게 국장·팀장급의 '유사 직위'를 주는 방식으로 정식 직위가 아닌 46명을 초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09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나 유사 직위를 두지 말라고 지적했지만, 금감원은 2017년 이후 되레 자리를 5개 늘려 현재 46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지자체 파견자 86명은 2019년부터 3년6개월간 작성한 문서가 41개에 불과해 전체적으로 업무 실적이 미흡했고, 일부 직원은 무단결근 등 복무 규정을 위반하고 예산도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파견의 타당성·효과성을 검토·심의하지 않은 채 직원을 외부에 파견해 조직의 업무·예산상 효율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파견의 타당성 및 실효성을 심의·관리하는 내·외부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유사 직위는 폐지하고 복무 불량이 확인된 직원 5명에 대해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하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감사원은 법률이 아닌 고시에 근거해 금융회사의 물품·자료를 봉인하고, 적법 절차 등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하는 금감원의 검사·감독·관행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금융위원회법에 봉인의 법적 근거와 디지털 포렌식 운영규정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김희래 기자]